초기 당뇨에도 우려되는 시력 손상, 안과도 정기검진 필수

입력
2024.10.07 09:00
25면
건강·상담 <12> :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눈 손상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당뇨, 40대 이후 급증… 600만명
합병증 중 ‘혈관 손상’ 눈에 치명적
당뇨 판정 시 눈 건강까지 챙겨야


Q: 49세 A씨, 최근 몇 년 사이 눈이 침침해지는 것 같더니 며칠 전부터는 운전까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큰 불안없이, 안경이라도 맞출 겸 안과를 방문했다. 그러나 상황은 심각했다. 단순 노안인 줄 알았는데, 검사결과 망막에 다발성 출혈과 부종 소견이 관찰됐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위. 이곳이 손상되면 A씨의 기대와 달리 안경 등으로 시력을 향상시킬 수가 없다. A씨는 30대 중반 건강검진에서 당뇨 진단을 받았지만, 운동과 식이조절로도 괜찮을 것 같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없어서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2, 3년 전부터 나이가 드니 몸도 좀 피곤한 것 같고 건강을 챙겨야겠다 싶어서 당뇨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당뇨 조절은 잘된다고 하였다.

A: A씨 증상의 진단명은 증식당뇨망막병증 및 당뇨황반부종. 당뇨망막병증은 손상된 망막의 혈관에서 피와 물이 빠져나와 망막에 출혈과 부종이 생기는 상태다. 여기서 진행되면 비정상적 신생 혈관들이 자라나는 증식당뇨망막병증이 되며, 이 신생 혈관들은 망막을 잡아당겨 망막 박리나 큰 출혈을 일으켜 시력손상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우리나라에서 실명을 일으키는 1위 원인 질환이다.

50대 이상 20%가 당뇨 유병자

중년이 되면 본인은 아니어도, 가족이나 지인 중에 당뇨를 가진 사람이 하나둘 생긴다. 실제로 당뇨는 최근 발병률이 급증하고 발병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인구의 11.3%가 당뇨를 가지고 있다. 연령별로 세분화하면 40대에서는 6.2%, 50대 인구의 17.6%, 60대 인구의 20.6%가 당뇨 환자다. 파악된 유병자만 600만 명에 이르는 셈인데 이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다. 2012년 대한당뇨병학회가 관련 예상을 내놓은 바 있는데, 당시에는 2050년께는 되어야 현재 수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뇨는 인슐린 분비·작용에 문제가 생겨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질환으로 여러 합병증을 유발한다. 혈관 손상이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혈관 내 혈당이 높아질 경우 생기는 당화산물이 혈관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혈관벽에 달라붙은 당산화물은 혈관을 통한 혈액 흐름을 손상시켜 뇌, 심장, 콩팥, 눈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데 특히 눈과 콩팥이 문제다. 이곳에는 매우 작고 미세한 혈관들이 분포됐기 때문에 당뇨 합병증이 가장 먼저 생긴다.

국내 보고에 의하면 전체 당뇨병 환자의 36.1%가 당뇨망막병증을 갖고 있다. 첫 진단 당시 환자의 1.1%, 유병기간 5년 이하에서는 18.6%, 15년 이상에서는 74.1%의 환자가 당뇨망막병증을 가지고 있다. 해당 수치는 이 질환과 당뇨병 유병기간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혈당 조절을 꾸준히 하고 있는지 여부도 합병증 발생과 진행에 큰 영향을 준다.

돌이킬 수 없는, 당뇨에 따른 시력 손상

이제는 당뇨 조절에 성공한 A씨는 치료받으면 원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당뇨 조절이 잘 된다고 시력이 원래대로 좋아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손상된 혈관과 망막은 재생이 어렵다. A씨와 같은 경우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시력 저하가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많은 게 오히려 문제다. 스스로 증상을 느낀 뒤 내원했을 때는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제까지 아무 증상이 없다가 자고 일어나니 한쪽 눈이 먹물을 뿌린 듯 얼룩덜룩 보여 찾아온 분들도 있다. △당뇨합병증에 의한 출혈이며 △시력 호전은 제한적이며 △반대쪽 눈 시력도 곧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런 통보에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1, 2년만 병원에 빨리 오셨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단계에서는 적절한 관리가 가능하다. 초기에는 눈에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으며 혈당 조절만 철저히 하면 된다. 일정 단계 이상으로 진행이 되면, 망막 레이저술이나 안구 내 주사 치료를 하게 된다. 치료 시기를 놓쳐서 유리체강 내 출혈이 발생하거나 망막박리가 생기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레이저 치료 등을 받지 않으면 수술해도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 요컨대 어떤 상황이라도 빠른 진단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눈 건강'도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안구 내 주사치료 도입 이후 당뇨망막병증 예후가 좋아져 조기 진단만 하게 되면 시력을 보존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잠정적 결론은 당뇨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며, 정상으로 판정이 나더라도 1년에 한 번은 꼭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정밀검사를 받지 않더라도 간단한 사진 촬영만으로도 합병증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기억하기 좋은 날을 정해두고 연중 1회 안과를 방문하는 습관도 '꺾이지 않는 중년'을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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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압구정성모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