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부가 인신매매 상황 보도로 미국 정부로부터 상을 받은 자국 독립 언론인을 체포·기소했다. 거짓 정보로 사회 불안을 야기했다는 게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여당 거물을 겨냥한 그의 보도를 보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프놈펜 법원은 전날 캄보디아 독립 언론인 메크 다라를 사회 불안 및 선동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메크는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캄보디아 남동부 프레이벵주(州) 바프놈산에서 채석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두 장 올렸다. 바프놈산은 캄보디아 종교·문화 유적지로, 현지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장소다. 채석 등 개발 행위가 금지돼 있다.
법원은 메크가 ‘가짜 뉴스’를 올리며 사회적 무질서와 혼란을 야기했다고 기소 사유를 밝혔다. 캄보디아에서는 법원이 기소·판결권을 갖고 있다.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그는 최대 징역 2년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제사회는 메크가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며 눈 밖에 난 까닭에 법정에 서게 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18년 정부 탄압으로 신문 발행이 중단된 프놈펜포스트와 캄보디아 데일리, 라디오 방송 민주주의의 목소리(voice of democracy)에서 활동해 왔다.
메크는 매체 폐간 이후에는 독립 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이어갔다. 지난해 캄보디아 인신매매 상황과 대규모 온라인 사기 조직 존재, 이곳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동과 고문, 로맨스 스캠 등 범죄 실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 훈마넷 총리의 개인 고문이자 집권 캄보디아 인민당 고위 임원인 리용팟이 연루돼 있다고도 밝혔다.
이 공로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6월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며, 캄보디아의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린 메크에게 ‘영웅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리용팟을 경제 제재 명단에 올렸다. 당시 캄보디아 외무부는 “해당 조치가 미국과 캄보디아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치 거물을 겨냥한 메크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의미다.
이번 체포를 두고 미국 국무부는 “메크는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 범죄를 종식시키는 노력의 선두주자”라며 “그의 체포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시 석방하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언론·인권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숀 크리스핀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 동남아시아 수석 대표는 “캄보디아 정부가 독립적인 보도를 억압하기 위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캄보디아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180개국 중 151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