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배우 故 이선균을 추모하며 시작을 알렸다. 고인이 한국영화공로상을 받게 된 가운데, 이곳을 찾은 이들은 먹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됐다. 박보영과 안재홍이 사회를 맡아 활약을 펼쳤다.
이날 까멜리아상은 류성희 미술감독이 받았다. 이 상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그들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류 감독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박쥐' '국제시장' '암살' '헤어질 결심' 등을 통해 창작 활동을 펼쳤다. 무대에 오른 그는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수없이 많은, 재능 있는 여성 영화인들과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故 이선균은 한국영화공로상의 주인이 됐다. 그는 드라마 '파스타' '나의 아저씨', 영화 '화차' '기생충' 등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개막식을 찾은 배우들은 영화 속 故 이선균의 모습들이 담긴 영상을 보며 먹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보영은 "너무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공로상은 유족께 잘 전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게 됐다. 영상으로 등장한 봉준호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오랜 광팬으로서 감독님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큐어' '스파이의 아내' 등으로 사랑받은 바 있다. 그는 "이렇게나 훌륭한 상을 받게 돼 놀랍다. 상상도 못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두 편의 영화 모두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됐다. 제게 있어 그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라고 전했다.
'전,란'의 김상만 감독과 배우들은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 감독은 "조선시대 사회의 계급 시스템에 놓인 개인들의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의 관객분들에게도 전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오랜만에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영화를 재밌게 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박정민은 "내가 양반이라고 소개하면 '왜?'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내가 양반이고 (강동원) 선배님이 제 종이다"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차승원은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광이다"라고 했다. 김신록과 정성일은 "재밌게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선규는 "놀랍게도 나도 양반이다. 잘 지켜봐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