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때린 허리케인 놓고 격돌… 유세 접은 해리스, 또 음모론 펼친 트럼프

입력
2024.10.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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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서부 일정 취소 후 연방재난청 방문
'마가' 모자 쓴 트럼프, 조지아 피해 현장으로
"허리케인 정치"… 한 달 앞둔 대선 '복병' 촉각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을 놓고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가 맞붙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허리케인이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상황에 '선거 변수'가 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게다가 피해 지역 중에는 초박빙 선거 결과를 좌우할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경합주(州)도 포함돼 있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당 대선 후보, 허리케인 '변수'에 촉각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헐린 피해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얼마나 걸리든 여러분의 회복과 재건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최고 시속 225㎞로 미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헐린은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테네시·버지니아 등 총 6개 주를 통과했다. 최소 130명 이상 사망하고 600명가량이 행방불명인 것으로 집계되는 등 '역대급' 피해를 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네바다주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재해 복구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빨리 피해 지역을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호와 의전 탓에 자신의 방문이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주말 사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었던 선거자금 모금 행사 관련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피해 현장이자 대선 승부처인 조지아주 발도스타를 찾았다. 그는 현장을 둘러본 뒤 곧장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비판 본색을 드러냈다. 연방 재난 대응에 책임이 있는 그가 현장에 오지 않고 "돈을 구하기 위해 어디선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꼰 것이다.

근거 없는 거짓말도 했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미 켐프 주지사가 통화 사실을 밝히면서 "감사하다"고까지 말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민주당 소속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일부러 공화당 지역 주민들을 돕지 않으려 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썼다. 이에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했다"고 발끈했다.

WP는 "트럼프와 해리스가 '허리케인 정치'에 뛰어들었다"며 "자연재해, 그중에서도 허리케인은 늘 대형 선거에 영향을 미쳐온 역사가 있다"고 전했다. 대응 방식이 집권 행정부의 역량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2005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약 1,800명 사망)의 여파로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끌던 공화당이 이듬해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월즈·밴스, 부통령 TV 토론 난타전 예고

양측의 러닝메이트들도 바쁘다. 하루 뒤인 1일 미국 CBS방송 주관으로 열리는 부통령 후보 TV 토론 대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 후보 토론은 아니지만, 선거가 워낙 박빙 구도인 탓에 "이번 토론이 선거판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은 '흙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살아온 궤적은 각각 '고교 교사' 대 '실리콘밸리 밴처 투자자·베스트셀러 저자' 등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두 사람은 임신중지(낙태), 이민, 경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밴스 후보의 과거 막말 논란, 월즈 후보의 군 복무 이력 과장 의혹 등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질 수 있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