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폐기물처리시설 옆인데... 고양시 빼고 은평구만 지원?

입력
2024.10.02 04:30
10면
서울 은평구 진관동 '광역자원순환센터'
재활용 및 생활·대형폐기물도 처리 예정
고양시·은평구 경계 위치... 주민 지원키로 
은평구, 반경 5㎞ 진관동 주민만 지원 조례
범위 내 20만 명 거주 고양 지역만 쏙 빼

서울 은평구가 진관동에 신축 중인 재활용품 및 폐기물 처리시설(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주변 피해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하면서, 인접한 경기 고양시의 피해 예상 지역 주민을 제외해 갈등을 빚고 있다. 시설이 두 지역 경계선에 위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은평구가 은근슬쩍 자기 지역 주민만 챙기려 해서다. 고양시가 강한 유감을 나타내자 은평구는 조례를 폐기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1일 고양특례시와 은평구 등에 따르면, 은평구는 진관동 76-40번지 일대 부지(연면적 1만8,630㎡)에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지하 4층~지상 1층)를 신축, 올해 연말 준공 예정이다. 이 시설은 서울 인접한 3개 자치구(서대문·마포·은평구)가 관내에서 수거한 재활용품을 모아 선별·처리(하루 평균 처리용량 150톤)하고, 은평구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130톤)과 대형폐기물(25톤)도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시설은 당초 은평구 진관동과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주민 모두 반대했다. 혐오시설인 데다 시설의 주소지만 진관동일 뿐 진입도로와 주변 일대 대부분이 고양시 지축동 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서 모든 시설을 지하화하는 조건으로 추진됐고, 시설 운영 기금(연간 6억 원 규모)을 조성해 인근 피해지역 주민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또 은평구와 고양시는 매 분기마다 실무협의체를 가동해 소통하며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은평구가 지난 8월 22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기금 활용을 위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주변 영향지역 주민지원을 위한 조례’를 입법예고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현행법상 폐기물 시설과 인접한 피해지역 주민 지원은 반경 300m 이내, 매립지는 인근 2㎞ 이내로 제한하는데도 은평구는 이보다 넓은 5㎞ 이내로 확대하면서 진관동(5만7,000여 명)만 지원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은평구가 밝힌 5㎞ 이내 범위에 포함되는 고양시 지축·창릉·효자동과 삼송신도시 등 8개동(20만 명 거주)은 쏙 뺀 것이다. 이 지역들은 시설 운영 시 청소차량 통행피해, 시설 소음 및 악취 등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진관동 어울림아파트 10단지는 직선거리로 720m지만, 고양시 지축동 유보라아파트 등 주변 아파트 단지는 550m, 지축역 상가 및 단독주택단지는 370m 떨어져 있어 더 가깝다.

'은평구민만 지원' 논란 커지자 은평구 "조례 폐기"

최근 실무협의(5월) 때는 아무 말도 없다 슬그머니 조례를 추진한 은평구에 고양시 주민들은 발끈했다. 며칠 전 지축동으로 이사한 한상욱(31)씨는 “가까운 곳에 자원순환센터가 있는 줄 몰랐다”며 “지상 전철역(3호선 지축역) 소음피해에 자원순환센터 악취까지 우려되는데 지원 대상에서 고양시를 제외한 건 말도 안 된다”고 따졌다. 고양시 관계자는 “실무협의 때 언급조차 없던 지원 조례를 입법예고한 걸, 우리 직원이 우연히 보고 알게 돼 매우 당황스럽다”며 “은평구는 조례 ‘폐지’가 아닌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불쾌해했다.

인근 지역과 갈등이 커지자 은평구는 일단 “우리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례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은평구 관계자는 “해당 시설의 유지 보수를 위해 기금을 사용하려고 한 것이고, 주민 직접 지원이 아닌데 고양시와 진관동 주민 등이 오해한 것 같다”며 “향후 피해 지역 주민 지원을 재추진하더라도 고양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