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학생들 집단 휴학 승인... "동맹휴학 불가" 정부 방침에 배치

입력
2024.10.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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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아닌 학장에 권한 있어서 가능
교육부 "대학 책임 저버린 부당 행위"

서울대 의과대학(단과대)이 학생들의 1학기 집단 휴학 신청을 일괄적으로 받아들였다. 의정 갈등 이후 집단 휴학을 승인한 첫 사례인데 "동맹휴학은 안 된다"는 정부 방침을 사실상 거스른 결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 등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접수된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전날 밤 일괄 승인했다. 다른 대부분 대학은 휴학 신청 허가권이 총장에게 있지만, 서울대 의대의 경우 학칙(제66조 1항)상 권한이 학장에게 있다. 대학 본부와 상의할 필요 없이 단과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다.

2월부터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기준으로 전국 40개 의대의 전체 재적 인원 1만9,374명 중 2학기에 등록한 학생은 653명(3.4%)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등록 기간 연장 △학년제 전환 등을 담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방침을 7월 발표하고 의대생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지만 거의 호응이 없다.

서울대 의대가 집단 휴학을 승인한 것은 '이미 지금까지 밀린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데 교수들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의대 학사일정은 다른 대학과 달리 매우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면서 "이제라도 휴학 승인을 결정한 학장단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반면 교육부는 각 대학이 휴학을 허용하면 내년 의대 교육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동맹 휴학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개인적 사유가 아니라 정치적 요구나 집단적 이익에서 시작된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정부는 "각 학교 의대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9월 안에는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며 시한을 잡았지만, 학생들의 호응이 없자 '골든타임'을 9월에서 11월로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적으로 건의해 둔 상태다.

서울대의 휴학 승인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비판 입장문을 내고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시키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대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고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으로,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