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과 나훈아 등 유명 가수의 콘서트 입장권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확보한 뒤 팔아 폭리를 챙긴 '사이버 암표상'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 3월 이 매크로 암표를 콕 집어 처벌대상으로 명시한 공연법 개정 이후 첫 검거 사례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4일까지 암표판매 사범 7명을 공연법 위반 혐의로 차례로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에 능한 20대와 30대로 확인됐다.
매크로는 자동으로 특정 명령을 반복입력하는 특성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직접 버튼을 눌러 티켓을 잡는 것보다 예매 성공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3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구매한 뒤 웃돈을 받고 다시 파는 행위를 단속하기로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공연법을 개정했다.
붙잡힌 피의자 대부분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었다. 생활비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크로를 이용, 유명 공연 티켓을 사전에 확보한 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되파는 식으로 범행을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용돈'이라는 변명이 무색하게, 한 대학생은 임영웅 콘서트 등 티켓 15매를 선점해 한 달 만에 1,338만 원의 수익을 냈다.
이 밖에도 군복무 중인 20대 남성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4매까지 예매가 가능한 나훈아 콘서트 티켓을 동시에 9매를 잡는 식으로, 세 달간 총 37매의 티켓을 중고 플랫폼에 팔아 543만 원의 수익을 냈다. 일반인들은 수만에서 수십만 번대 순번을 대기한 후 남는 좌석을 두고 경쟁해야 해 티켓 구매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피의자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1~2분 내 예매링크에 바로 접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네이버 블로그와 X(옛 트위터)를 통해 의뢰자의 아이디·비밀번호를 넘겨받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리 티케팅'으로 돈을 번 사례도 검거됐다. 이 20대 여성이 따온 뮤지컬 티켓만 331매로, 이를 통해 1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암표엔 유명 연예인들 공연이 대거 포함됐다. 임영웅 콘서트의 경우 한 장에 최대 80만 원(정가 18만7,000원), 나훈아 콘서트는 50만 원(정가 14만3,000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암표는 7월에 있었던 배우 변우석의 팬미팅으로, 정가 7만7,000원의 티켓이 235만 원에 매매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법상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단속·수사만으로는 암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주요 공연·스포츠장 관리 기관, 티켓 예매처, 스포츠계, 연예기획사 등과 합동 대응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