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죽음의 백조', 땅에는 '괴물 미사일'...국군의날, 한미 전략자산 집결

입력
2024.10.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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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
B-1B 미 본토서 출격… 사상 첫 행사 참여
탄두 중량만 8톤… 지하벙커 킬러 '현무-5' 첫선

"여러분, 좌측 상공입니다. 미 본토에서 이륙한 미 전략폭격기 B-1이 F-15K의 호위를 받으며 진입하겠습니다."

1일 오전 11시 40분, 경기 성남 서울공항 상공에 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우리 공군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다. 이날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 분열의 '피날레'를 장식한 B-1B는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으로 한미 동맹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B-1B가 국내 행사에 동원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서울공항에서 실시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 행사에서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 전략 자산 중 하나인 일명 '죽음의 백조' B-1B가 깜짝 등장했다. 최대 속도 마하 1.25(음속 1.25배)로 유사시 괌 미군기지에서 2시간 내로 한반도 전개가 가능하며, 재급유 없이 대륙 간 비행까지 할 수 있는 연료 체계도 갖췄다. 이날 서울공항에 전개한 기체 역시 미국 텍사스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B-1B의 파괴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공할 무장 탑재량에 있다. 핵폭탄은 탑재하지 못하지만, 최대 60톤에 달하는 무장 탑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융단 폭격을 통해 적 진영을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군 평가다. 스텔스 기능이 있어 요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B-1B는 지난 6월 우리 공군과 함께 실시한 연합공중훈련에서 7년 만에 정밀유도폭탄 실투하 훈련에 나섰다.

'죽음의 백조'가 하늘에서 위용을 뽐냈다면, 지상에선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첫 공개됐다.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로, 탄도 중량만 8톤에 달한다.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선보인 현무-4의 탄두 중량은 2톤이었는데, 1년 만에 그 위력을 4배 끌어올린 것이다. 현무-5는 앞서 수초짜리 시험발사 영상만 공개된 바 있다.

현무-5는 전술핵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위력을 자랑한다. 주석궁이나 금수산태양궁전 등 북한 지휘부가 은신할 지하 벙커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세계 최강 벙커버스터'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현무-5를 20~30발을 쏟아부어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 현무-5를 실은 발사대 차량은 9축의 거대한 바퀴 전체를 45도로 틀어서 움직이는 사선기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새로 도입된 해군의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과 현재 개발 중인 무인체계인 사족보행로봇과 자율탐사로봇도 처음 국민들 앞에 실물을 공개했다. 이날 동원된 5,000여 명의 병력과 전투기 40여 대를 비롯한 83종 340여 대의 장비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의 결의와 과학기술 강군의 전투태세를 과시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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