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심 무죄' 이재용 공소장 변경… '삼바 분식회계' 법원 판결 반영

입력
2024.09.30 18:50
범죄혐의 10가지 사실관계 구체화
'검찰 압수물 증거능력' 두고 공방도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 사건 2심 첫 공판에서 분식회계 관련 공소장을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회계 처리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한 행정소송 판결을 반영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이 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여지가 없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 거래 착수 △의결권 확보 목적의 삼성물산 자기 주식 전격 매각 △대금 주주 설명 자료 배포·공시 등을 통한 허위 정보 유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나스닥 상장 관련 허위 추진 계획 공표 △국민연금 상대 허위 정보 제공 등 10가지 항목에 관해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혐의 관련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추가·보완하는 취지다.

공소장 변경은 삼바가 분식회계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를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 결론을 토대로 이뤄졌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바가 2015년 자회사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를 한 것을 '고의 분식회계'라고 보고 제재했고, 삼바 측은 이에 불복했다. 서울행정법원은 8월 "삼바에 내려진 금융당국 제재를 취소하라"면서도 일부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본잠식 등 문제 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특정 결론을 정해놓고 사후에 합리화하려 회계 처리했다"며 "삼바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회계처리한 삼바에 대해 "분식회계가 아니다"고 판단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다른 결론이다. 1심 재판부 판단과 엇갈린 행정법원 판결을 검찰이 무기로 들고 나온 셈이다.

이날 검찰과 이 회장 측은 검찰 압수물 증거능력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에피스 직원에 대한 외장하드 선별절차 탐색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검사의 수사보고서만 보더라도 별도 선별 절차 없이 저장된 파일을 일체 압수했다는 점이 기재돼 있다"며 "적법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맞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2019년 삼바·에피스를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증거 3,700여 개의 증거 능력을 '수집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에 관여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운 혐의, 4조5,436억 원 규모의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3년 5개월간 법정 공방 끝에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이 회장의 혐의 19개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