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방배 무더기 청약 취소... "특공제도 손질해야"

입력
2024.09.30 18:00
특별공급 당첨자 26%
계약 포기하거나 당첨 취소
"로또 청약에 특공 취지 훼손"

‘로또 청약’이라 불린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에서 당첨 취소 사례가 무더기로 나왔다. 분양만 받으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는다는 기대에 부적격자까지 몰린 탓이다. 서민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특공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디에이치방배 특공 당첨자 594가구 가운데 156가구(26%)가 당첨이 취소되거나 계약을 포기했다. 대부분 서류 제출 후 부적격 당첨자로 판정됐다. 이렇게 주인을 못 찾은 주택은 예비입주자에게 돌아가지만 수요자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적격자 때문에 예비 번호 받기조차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전용면적 84㎡ 주택은 모든 주택 형에서 당첨 취소·포기 비율이 20%를 훌쩍 넘었다. A형은 330호 중 82호(24%), B형은 94호 중 29호(30%), C형은 55호 중 16호(29%)가 새롭게 주인을 찾았다. 당첨 취소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반공급까지 합치면 당첨 취소·포기 규모가 특별히 크지는 않다”면서도 “부적격자는 서류 점검에서 바로 걸러지지만 부정 청약자는 나중에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래미안 원펜타스에 이어 디에이치방배 등 강남권 아파트에서 청약 당첨 취소·포기 사례가 속출하자 특공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도 관련 민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신혼부부와 유자녀 가구에 특공 물량을 대거 배정하는 정책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1인 가구와 혼인한 지 오래된 무주택 가구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다. 한 민원인은 “신혼부부 특공은 기성 세대에는 없었던 제도”라며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 온 세대에도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가 아파트 특공이 서민 정책이 맞느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분양가가 20억 원을 넘나드는 고분양가 아파트까지 신혼부부, 신생아 특공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민원인은 이들 물량에 대해 “청약제도와 특공 취지에 맞게 비중을 낮춰 달라”며 “2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감당할 정도의 신혼부부, 신생아가 있는 부부라면 특공이 아니더라도 결혼과 출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가족이 드문 시대인 만큼, 자녀 수 등 가점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당장 특공제도를 크게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누구나 만족하는 제도를 내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청약제도를 살펴보겠다고 최근 밝혔지만 ‘줍줍’ 논란을 일으킨 무순위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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