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국감에 부른 의원 단 2명… "국회 망신, 부끄럽다"

입력
2024.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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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제정 이래 최악 산재 사건" 불구
여야 셈속에 사건관계자 국감 소환 전무
국회 환노위 국감 증인·참고인 35명 확정
큐텐 구영배·쿠팡CLS 홍용준 증인 포함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도 참고인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3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일정과 증인·참고인 35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일으킨 큐텐그룹과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쿠팡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일차전지 공장 화재 사건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회사 관계자, 사건 관련자 누구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본보 취재 결과 박 대표를 포함한 아리셀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실은 전체 환노위원 16명 중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이용우 의원 두 명에 불과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은 올해 가장 큰 사망 사고이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피해자도 한국인, 중국인, 라오스인 등으로 다양해 배터리 공장 안전 관리부터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 문제, 불법파견 문제까지 산업재해의 다양한 병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박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 회사 상무와 인력파견 업체 메이셀 대표 등 관계자 6명도 노동 관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럼에도 박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이 소수에 그치고 최종 증인 채택은 불발되자 환노위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나왔다. 환노위 관계자는 "최악의 사상 사고가 발생한 기업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지 못한 것은 국회 망신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국감에 소환되지 않은 배경에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이 아리셀 관계자들을 증인석에 앉혀 쟁점에 불을 붙이려 할 경우 여당은 민주당 소속인 정명근 화성시장을 증인으로 불러 산업안전 관리 부실 등을 따져 묻겠다고 맞서면서 증인 채택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용우 의원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아리셀은 최악의 중대 살인기업이 됐고 유가족들은 계속 거리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아 책임을 엄중하게 따지고자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감에서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셀 관계자를 국감 증인으로 부르려면 고용노동부 및 관계기관 국감 일주일 전까지 환노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고 증인 채택을 해야 한다.


구영배 큐텐 대표 증인, 뉴진스 하니 참고인 채택

환노위는 이날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와 관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원이 잇따라 사망한 쿠팡은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홍용준 쿠팡CLS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이상균 HD현대 대표(조선소 노동자 사망 및 산재) 양종희 KB금융그룹회장(콜센터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미흡)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삼성전자 노동자 방사능 피폭 등 산업재해) 김영주 종근당 대표(장애인 고용의무 부담금 관련)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IT업계 장시간 노동문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전자 노동자 방사능 피폭 등 산업재해)과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노동자 불법파견)은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최종 명단에선 제외됐다.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선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증인으로, 뉴진스 멤버 하니(본명 하니 팜)가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됐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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