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텔레그램, 한국 요청 시 딥페이크 신속 삭제 약속"

입력
2024.09.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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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8일 해외서 텔레그램 고위 관계자와 첫 대면회의
텔레그램 내 유통 불법 정보에 삭제 요청 시 신속 조처 약속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모바일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불법 정보 삭제 요청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방심위가 30일 밝혔다. 텔레그램 측이 국내 기관과 대면회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내 방심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과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면회의를 지난 27, 28일 두 차례 가졌다"면서 "텔레그램 고위직 책임자가 앞으로 텔레그램 내에 유통되는 불법 정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류 위원장은 이날 열린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공익신고자 탄압 등의 진상규명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참했다. 텔레그램 관련 기자회견은 휴일인 전날 밤 공지됐다.

방심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디지털 성범죄 외에도 음란·성매매, 마약, 도박 등 불법 정보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불법성 판단 등 내용 심의에 전속적 권한을 가진 방심위 요청 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자사 플랫폼 내 불법 정보를 삭제,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텔레그램의 약속은 구두에 의한 것으로 문서상 합의된 내용은 아니라고 방심위 측은 밝혔다. 이번 대면회의 장소와 참석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텔레그램은 지난 3일 방심위와 개설한 핫라인 외에 전담 직원과 상시 연락할 수 있는 별도의 추가 핫라인을 개설하고, 실무자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방심위와 지속적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실무적 업무 협력을 위해 한국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와도 전향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민원 사주' 청문회 불참하고 텔레그램 기자회견

이동수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국장은 "핫라인 개설 후 전자 심의를 통해 지난 25일까지 총 148건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고 텔레그램이 100% 이행했다"면서 "조처에 가장 오래 걸린 건의 경우 36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범죄 혐의자의 개인 정보 제공 여부에 대해선 "아이디와 전화번호 정도는 경찰청과의 협력 과정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폐쇄적인 정책으로 유명한 텔레그램은 2024년 기준 월 활성 사용자가 9억 명에 이르는 거대 플랫폼이다. 지난 2019∼2020년 ‘N번방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을 비롯해 여러 차례 텔레그램을 통한 범죄 확산이 문제가 됐지만 지난달 말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에서 체포돼 아동학대 영상 유포, 마약밀매 공모 등 혐의로 예비 기소되기 전까지는 단 한 차례도 국내 수사 기관의 요청에 응한 적이 없다.

이 국장은 텔레그램이 향후 공식적인 협력회의 석상에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라 지켜봐야 하지만 텔레그램이 대한민국의 기관과 대면 회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앞으로 얼마든지 연락과 회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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