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지역화폐법 재의요구안 의결

입력
2024.09.30 10:27
尹, 이르면 이날 재가... 22~24번째 거부권
'김 여사 특검'엔 2번째, '채 상병 특검'엔 3번째
韓 "위헌성 전혀 해소 안 된 법안 일방 처리"

정부가 30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과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법) 등 3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이번 정부 22~24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세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건의했다. 야당은 지난 19일 이들 세 쟁점 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특히 이른바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두 특검법안은 21대, 22대 국회에서 이미 각각 한 차례, 두 차례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해당 특검법안들에 대해 정부는 이미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과 예외성 원칙 위반, 인권침해 우려 등 이유로 재의요구를 했고, 재의결 결과 모두 부결 폐기됐다"며 "그럼에도 야당은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특히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을 갖췄을 뿐, 대법원장 추천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야당이 무한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야당이 이미 공수처 등에 고발한 사건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진실 규명이 아닌 반복된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하는 위헌적이고 정쟁형 법안에 대해선 타협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역화폐법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한 총리는 해당 법안이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 훼손 △헌법상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 소지 △지자체 '부익부 빈익빈' 현상 초래 등 세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지만, 이 법률안은 민생을 살리기보다는 지역에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잇따른 거부권 행사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듯, 한 총리는 "위헌적 법률, 집행 불가 법률, 반국익 법률, 부당한 대정부 정치 공세 법률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건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방어 논리를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정부의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전망이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달 4일까지로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본회의를 열어 즉각 재표결에 부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