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고려아연 갈등 배경으로 미·중 공급망 경쟁 꼽아...양측 "외신은 우리 편" 신경전

입력
2024.09.29 18:00
고려아연 "MBK 인수 시 중국에 핵심기술 유출 우려"
MBK "중국에 매각 않겠다는 약속 담았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 "동이 트고 있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이면에 전 세계 원자재 공급망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치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MBK)는 기사의 의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며 주말 내내 신경전을 이어갔다.

WSJ은 이날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뜨거워지는 17억 달러 규모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전반을 자세히 다뤘는데 특히 핵심 광물인 아연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배경으로 다뤘다.

WSJ은 "(양측) 분쟁의 중심에는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와 회사의 독자적 기술이 있다"며 "이는 중국과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희망에 있어 보석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인수·합병전이 복잡해진 배경에 중국의 전 세계 광물 시장 지배력 확대와 그에 대한 서방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중국으로의 잠재적 기술 이전 가능성만으로도 세계 원자재 공급망의 거래가 어떻게 복잡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면서 "니켈에서 코발트, 리튬에 이르기까지 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서치·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아연 제련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9%에 달한다. 고려아연 및 관계사의 점유율은 8.5%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고려아연 측은 MBK가 경영권을 인수하면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는 것을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으며 핵심기술의 이전 위험이 크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반면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지분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고려아연과 동맹 세력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 기사를 두고도 양측은 주말에도 언쟁을 이어갔다. 고려아연 측은 "WSJ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로 중국에 대한 서방의 공포와 우려가 커진다'고 언급했다"고 전한 반면 MBK 측은 "이와 같은 내용과 문장 표현, 단어 사용은 해당 기사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고려아연 대표 "동이 트고 있다"


한편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맞설 힘과 지혜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에 MBK·영풍의 실질적인 공개매수 마감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회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숙고해 왔다"며 "다행히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많은 분의 도움과 조언에 힘입어 저들(영풍·MBK)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둠의 기운은 점차 사라지고 아침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동이 트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