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 대출(카드론)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대출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 절차를 밟는 취약계층도 덩달아 늘고 있다.
2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규모(전업카드사 8곳 기준)는 총 44조6,65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카드론 잔액은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올해 들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카드론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다. 2021년 말 1.9%, 2022년 말 2.2%, 작년 말 2.4%에서 돈을 갚지 못한 비율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카드론 연체 금액 역시 8월 말 1조3,720억 원으로 2003~2004년 카드 사태 기간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주로 카드론을 늘리는 상황인 만큼 연체로 빠지고, 결국 채무조정까지 다다른 서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의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1만5,721명이다. 이는 작년 전체 채무조정 확정자(16만7,370명)의 약 70% 수준이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2년 채무조정 확정자는 11만~12만 명 수준을 유지해 오다 지난해 16만 명대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조정 건수가 급증했다. 8월 말 기준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는 1만7,128명으로, 전체의 14.8%에 달했다. 앞서 4년간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12~13% 수준이었다. 청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기가 어려운 고령층이 빚 굴레의 늪에서 더욱 벗어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17일 개인채무자 보호법 시행으로 채무조정이 더욱 활성화돼 차주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채무조정이 이뤄졌는데, 이를 개별 금융사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채무자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신청해 상황에 맞게 채무액을 조정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