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 뉴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양국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술 분쟁이나 대만해협 등 핵심 현안을 두고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두 사람은 이날 미국 뉴욕의 주유엔 중국대표부에서 회담을 가졌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합성 마약과 전구체의 미국 유입 차단 △양국 군 소통 개선 △인공지능(AI) 리스크 문제 등 지난해 양국 정상 회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서 왕 부장과 솔직하고 실질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경제무역 과학기술 탄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언제까지나 두 얼굴로 한편으로는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와 협력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중국 측은 전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정보기술(IT)이 들어간 커넥티드 차량의 자국 내 판매·수입을 금지하는 행정예고를 내놓은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이들은 또 대만해협 현안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해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현재 대만해협의 가장 큰 위협은 대만독립 행위"라며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꾸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종전과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자국 기업이 러시아의 침공을 돕는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당당하며 협상과 설득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