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달인'은 18억 보수 받고 '4조 D램 기술' 중국에 넘겼다

입력
2024.09.27 16:47
20나노 기술 빼돌린 삼전 전 임원 기소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공정기술 복제

개발비만 4조 원이 투입된 삼성전자의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삼성전자 전 임원 최모(66)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빼돌린 기술을 이용해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공정기술 단기간 개발에 성공했고, 보수 명목으로 18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안동건)는 27일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씨와 개발실장 오모(60)씨를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삼성전자에서 상무를,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부사장을 지낸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최고 전문가다. 오씨 역시 삼성전자에서 수석연구원을 맡는 등 핵심 연구인력으로 일했다.

최씨와 오씨는 2020년 청두시로부터 약 4,000억 원을 투자받고 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인 D램 공정기술을 부정하게 사용해 2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급 D램을 개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으로 청두가오전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도 통상 4, 5년이 걸리는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불과 1년 6개월 만에 개발했고, 중국에서 두 번째로 D램 시범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에 성공했다. 이들은 본격 양산까지 준비했다가, 수사가 시작되며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종 양산에 성공했다면 피해가 최소 수십조 원에 달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추가 수사한 결과, 최씨는 삼성전자 공정기술 복제에 대한 보수 명목으로 청두가오전으로부터 18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를 기술유출 범죄에 따른 수익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860억 원 상당의 청두가오전 지분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분 취득 부분은 기술 유출과 직접적인 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봐, 범죄수익으로 특정하진 않았다.

검찰은 청두가오전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보고, 청두가오전 법인도 이들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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