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지수 논란' 거래소 입 열었다 "SK하이닉스 포함 이유는..."

입력
2024.09.26 19:00
SK하이닉스 '특례제도' 통해 편출 보류
KB금융은 ROE·하나금융은 PBR 미달
"연내 구성 종목 변경도 적극 검토할 것"

‘코리아 밸류업지수’ 공개 후 편입 종목과 선정 기준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자 한국거래소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연내 편입 종목 변경 여지도 열어놨다.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최근 논란이 된 밸류업지수 편입·미편입 종목과 선정 절차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밸류업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안에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내년 6월 첫 정기 변경(리밸런싱)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비판 여론을 감안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가 지수에 편입된 데 대해 거래소는 ‘잔류 특례제도’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과 시장 대표성, 15%에 육박하는 지수 내 비중, 최근 호실적과 향후 실적 전망,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편출을 보류했다는 설명이다. 양 본부장은 “이번에 SK하이닉스를 편입하지 않았다가 내년 리밸런싱 때 포함하면 시가총액 기준 교체 비중이 30%를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상품 운용에 많은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선 밸류업 수혜 대표 주자로 꼽혀 온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지수에서 빠진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거래소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주주환원 등 특정 요건이 우수해도 여타 질적 요건이 미흡한 기업은 미편입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거래소는 밸류업지수 편입 ‘5단계 선별검사’ 기준으로 시가총액과 수익성, 주주환원 실시 여부와 함께 PBR 상위 50%와 산업군 내 ROE 순위 우수 등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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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실시 여부가 아닌 규모를 봐야 한다는 지적에는 “주주환원 규모만을 선정 기준으로 할 경우 배당보다 미래 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크다”고 반박했다. 여러 산업 특성과 업황을 고려할 때 주주환원 규모보다 지속성(2년 연속 실시 여부)을 평가해 기업의 주주환원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PBR이 이미 높은 기업을 지수에 대거 편입하는 바람에 향후 기업 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은 제외됐다는 비판은 지수 개발 취지를 오해한 의견이라고 했다. 거래소는 “밸류업지수는 저평가 또는 고배당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며 “다양한 질적 지표가 우수한 시장 및 업종 대표 기업으로 지수를 구성해 이들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한국 증시 전반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저평가주·중소형주 등에 대한 신규 지수 수요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향후 시장 의견을 수렴하고 신뢰성 있는 세부 기준을 마련해 후속 지수를 순차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