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핵심 이슈 경제 정책 충돌… 해리스 “감세” vs 트럼프 “관세”

입력
2024.09.26 17:07
14면
각각 북·남부 경합주 찾아 정책 공약
해리스, 중도층 겨냥 “난 자본주의자”
트럼프 "관세로 제조업 보호" 강조

11월 미국 대선 핵심 쟁점인 경제 정책을 두고 민주·공화 양당 후보가 25일(현지시간) 맞붙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감세로 중산층에 기회를 주겠다”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로 제조업을 보호하겠다”고 각각 강조했다.

중산층 위한 자본주의

해리스는 이날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중서부 제조업 지대) 대선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를 찾아 경제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자신의 경제 공약 콘셉트 ‘기회의 경제’를 구체화한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가 초점을 맞춘 기회 부여 대상은 ‘중산층’과 ‘제조업’이었다.

최우선 목표는 강력한 중산층 형성이다. 사업주와 기업가가 대부분인 청중 앞에서 해리스는 “성장하는 중산층으로부터 힘을 얻는 경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핵심 수단은 세금 우대다. 1억 명의 중산층이 감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노동조합 활동이 허용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 기업들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80쪽 분량의 정책 문건에는 제조업 부양책도 포함됐다. 10년간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투자 세액공제를 동원한다는 구상이다. 분야는 바이오, 항공우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 차세대 산업이 거론됐고, 연설 장소가 ‘철강 도시’로 유명한 피츠버그인 만큼 철강도 인센티브 대상에 들어갔다.

해리스에게 경제는 약세 분야다. 트럼프는 꾸준히 그에게 ‘사회주의자’ 낙인을 찍으려 시도했고, 그의 이념과 역량을 의심하는 중도층 유권자가 상당수라는 게 지금껏 여론조사 결과였다.

해리스가 이날 “자본주의자”로 자신을 규정하며 실용주의를 표방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반격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최선의 경제는 고층 빌딩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소유한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연설 뒤 경제전문가가 진행하는 미국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진지하지 않고 무모하다”며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공격했다.

트럼프 경제 우위 반토막

같은 날 트럼프는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경합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민트힐의 제조업 공장에서 유세했다. 전날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낮은 세율 및 규제 특혜를 지렛대로 해외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인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던 그는 이날도 자신의 제조업 부흥 전략을 거듭 부각했다.

복안은 관세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핵심 제조업인 가구 산업이 수입품에 밀려 쇠락한 사실을 언급한 뒤 “중국산 가구 수입에 22% 고관세를 부과해 노스캐롤라이나 가구 산업을 구한 이가 나”라고 생색냈다.

해리스의 이날 경제 정책 발표에 대해서는 “거의 4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반문하는 식으로 비난했다.

경제는 줄곧 트럼프가 압도적인 영역이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때 평균 1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트럼프와의 여론조사 경제 정책 지지도 차이를 해리스가 6%포인트까지 좁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바이든과 차별화하며 중산층의 경제적 곤란에 공감을 적극 표시하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쪽으로 메시지 전략을 바꿔 효과를 봤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