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노동자이자 가난한 활동가로 살던 여성은 어느 날 "자신을 조각 내서 판매"하는 불안한 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난해도 괜찮은 삶을 살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도시의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성은 그렇게 8년 전 도시가 아닌 곳, '시골'로 이주해 생활을 기록했다.
양미 작가의 책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는 도시에 대항한 '전원 유토피아'를 얘기하는 책이 아니다. 집도 차도 소유하지 않은 여성이 혼자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은 채 마주한 시골 생활이란 양 작가의 표현대로 "치열한 저항"이었다. 시골은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텃밭을 일구면서 삶의 대안을 발굴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교통 인프라가 취약해 소외되기 십상이고 기후위기, 동물권, 젠터, 인권이라는 주제도 하찮게 여겨지는 정치 실종의 장소였다.
양 작가는 '자가 운전'이 필수가 된 시골에서 악착같이 시골 버스를 타고 다니고, 논의조차 되기 힘든 보행권 문제를 제기하고, 군수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지역 행정에도 쓴소리를 참지 않는다.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해서'라는 부제대로 소외, 빈곤, 무기력, 기회 박탈의 땅으로 살기 위해 찾아든 저자는 시골에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겠다고 선언한다. 각종 악습과 구조적 모순 앞에 정색하며 정당한 민주주의 정치를 요구하는 저자의 태도는 어떤 독자에게라도 본보기이자 자극이 될 것이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더 나은 정치와 삶을 상상하는 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