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아버지 임종 앞둔 세 자매… 불신 상처 딛고 서로를 껴안을까

입력
2024.09.28 11:00
15면
넷플릭스 영화 '아버지의 세 딸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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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딸이 한집에 모인다. 아버지 임종을 위해서다. 첫째 케이티(캐리 쿤)는 맏이답다. 동생들을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며 한숨을 쉬고는 한다. 동생이든 자녀든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목소리와 얼굴색이 변한다.

①성격도 사는 환경도 다른 세 자매

둘째 레이철(나타샤 리온)은 케이티와 정반대다. 뭐든 대충대충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건지 독립을 못한 건지 알 수 없다. 언니 케이티와는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셋째 크리스티나(엘리자베스 올슨)는 속 깊은 막내다. 케이티와 성격이 비슷한 듯하나 속내를 쉬 드러내지 않고 다른 이를 배려한다.

각기 다른 성격의 세 자매가 모였으니 감정의 파도가 출렁거린다. 케이티는 레이철의 부스스한 머리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레이철은 언니가 자기 집에서 가장 행세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크리스티나는 매사 입이 나와있는 큰언니도, 자기 앞가림조차 잘 못하는 듯한 작은언니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을 안 할 뿐이다. 그래도 그는 케이티와 더 많은 시간을 갖는다. 레이철은 방에서 쉬 나오지 않으니까.

②가족 사이에 우열이 있을까

케이티도 크리스티나도 결혼해 아이가 있다. 레이철은 공식대로 살아가는 듯한 둘 앞에 더 주눅이 든다. 그는 방에 처박혀 대마초를 피우며 스포츠 도박이나 하고 있다. 세 자매의 불편한 동거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바로 끝날 것이고 한동안 서로 얼굴 볼 일은 없어 보인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레이철은 못난 딸이다. 직업이 없고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부지런하지도 않다.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기보다 방치하다시피 하고선 멋대로 지냈을 것이라 추정된다. 케이티의 시선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레이철처럼 무능력한 이가 집값 비싼 미국 뉴욕에 살 수 있는 건 아버지 덕분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애 키우며 아등바등 뉴욕에서 살아가느라 아버지 한 번 제대로 보러 오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케이티는 똑 부러지는 큰딸이고, 레이철은 아버지 복장 터지게 하는 둘째일까. 케이티는 애를 또 낳으려고 하는 크리스티나가 철없어 보이는데, 과연 옳은 생각일까.

③가족을 구성하는 필수요건, 애증

세 자매가 서로 속내를 드러내며 부딪힐 때마다 집안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레이철이 언니와 동생 앞에 기가 죽어 있는 건 친딸이 아니라서다. 케이티의 엄격함은 좀 병적이기도 하다. 크리스티나가 입을 쉬 열지 않고 뭐든 인내하는 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있다.

케이티는 짬 날 때마다 아버지 부고 쓰기에 매달리는데, 이력서 수준을 못 벗어난다. 큰딸로 아버지를 가장 오래 보고 살았다고 하나 정작 아버지를 잘 모른다. 레이철이 부고 작성에 도움을 준다. 세 자매는 서로의 간극을 확인하면서도 자신들을 잇는 건 결국 서로에 대한 마음임을 조금씩 깨닫는다.

뷰+포인트
한국 관객에게도 낯익은 여성 배우 셋이 연지 앙상블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올슨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 캐릭터들로 구축한 영화적 세계)에서 완다 역으로 유명하다. 물량 공세를 내세운 영화에서는 알아채기 힘들었던 그의 연기력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캐리 쿤과 나타샤 리온은 인지도는 올슨에 비해 떨어지나 만만치 않은 연기를 선보인다. 좋은 배우에 세밀한 연출력이 만나 간단치 않은 완성도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 연기와 대사로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 영화다. 애재즐 제이컵스가 연출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8%, 시청자 8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