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사흘째 퍼부은 데 이어 "작전의 또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헤즈볼라 지도부 및 대원, 무기를 표적 공격하던 데서 한발 더 나가겠다는 것이다.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 중심 도시 텔아비브 공격을 시도하는 등 반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면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오리 고르딘 이스라엘방위군(IDF) 북부 사령관은 "안보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는 (지상) 기동으로 (레바논에) 진입할 준비를 매우 강력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레바논 지상전을 시뮬레이션하는 훈련소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IDF는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 지역의 작전 활동을 위해 2개 예비군 여단을 소집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IDF는 23일 '북쪽 화살들'로 명명한 작전하에 헤즈볼라 시설 약 1,600곳을 타격한 데 이어 24, 25일에도 공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파괴된 헤즈볼라 무기 목록'이라면서 24일 중거리 로켓 발사대 약 400대, 무기고 70개소 등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특히 헤즈볼라 지도부에 대한 표적 공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DF는 2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무함마드 쿠바이시가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공습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지난 20일엔 '헤즈볼라 2인자'로 불리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주장과 달리 레바논 공습은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23일 공격에 따른 최소 558명의 사망자 중 어린이와 여성이 각각 50명, 94명이라고 밝히면서 "민간인 대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전면전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가 망가뜨린 이스라엘 북부 평화를 되찾기 위해 헤즈볼라에 대한 고강도 공격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이스라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대변인은 "헤즈볼라는 여전히 군사적 역량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며 추가 공격을 시사했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지상전을 개시하고 싶지 않다"(다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메시지도 함께 발신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도 전면전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헤즈볼라는 "25일 오전 6시 30분 텔아비브 외곽에 있는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본부를 겨냥해 카데르-1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접경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텔아비브를 헤즈볼라가 공격한 것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해당 공격은 지난 17, 18일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헤즈볼라 무선호출기 및 무전기 폭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 미사일은 텔아비브 도달 전 중간에 요격됐다.
헤즈볼라가 이란에 이스라엘 타격을 요구했으나 이란이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보도(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도 나왔다.
국제사회는 긴장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레바논의 인프라와 자산을 파괴하는 등 전면전으로 이어질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이스라엘 채널12는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헤즈볼라 무력 갈등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25일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