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자기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것) 수법으로 임차인 70명을 상대로 140억 원대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30대 빌라왕'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2년 감형받았다. 범행을 시인하며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3부(부장 조은아)는 사기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37)씨에게 25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형량은 징역 12년이었다. 최씨는 2019년부터 2022년 4월까지 다세대주택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인 뒤, 임차인 70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44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1심에선 혐의를 부인했다. 임차인들과 계약을 할 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속인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사기죄 구성요건인 기망(허위사실을 말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트리는 것) 행위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자기자본 없이 빌라를 매입한 최씨가 보증금 반환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이에 계약 단계부터 세입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항소심에선 태도를 바꿔 범행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들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보증금을 떼먹은 중대 범죄"라면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씨가) 원심에서 부인하던 사기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당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와 공모해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임차인 4명에게 7억6,000만 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컨설팅 업자 정모(36)씨는 이날 징역 3년의 원심보다 가벼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모든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석 상태였던 정씨는 실형 선고로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들과 함께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등 3명에 대해선 각각 80만~1,2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