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녀 없는 삶'을 옹호하는 행위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출산율이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아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두마(하원) 의장은 "영화, 광고, 미디어와 온라인상에서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의식적 거부를 조장하는 선전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의원들이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위 '무자녀 운동'(child-free movement)으로 불리는 그릇된 이념 탓에 러시아에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개념이 흔들리고 있으므로 해당 이념이 전파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게 블로딘 의장의 주장이다. 법안 초안에는 '자녀 없는 삶을 선전·조장하는 개인, 공무원, 기업에 각각 최대 40만 루블(약 572만 원), 80만 루블(약 1,143만 원), 500만 루블(약 7,145만 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해당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무자녀 이념 전파에 대한 금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출산율 제고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러한 법안을 도입하려는 건 출산율이 여성 1명당 1.5명 수준으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보다 낮기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러시아 연방통계청의 지난 9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6월 출생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만6,600명가량 적은 약 59만9,600명으로, 1999년 이후 가장 적다. 반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전쟁으로 사망 및 이민은 늘어났다.
자녀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것을 타락한 서구 문화 탓이라고 보는 러시아는 이러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격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최근 예브게니 셰스토팔로프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근무 시간이 길어 임신 및 양육이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 "직장에서의 휴식 시간에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고 푸틴 대통령도 "여성은 남성이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으므로 커리어와 모성을 결합할 수 있다"며 동조해 논란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여성 1명당 자녀 3명'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