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정치와 거리 두기 안간힘... "트럼프와 두 차례 통화해 화해 시도"

입력
2024.09.25 14:48
악화일로 걷던 둘의 관계 개선될 조짐
저커버그, 7월 트럼프 피격 후 통화서 
"기도하고 있다"... 트럼프 "감사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들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화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20년 대선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는데, 저커버그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에 힘입어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유세 중 총격을 받고 다친 이후에 저커버그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기도하고 있다"며 위로를 건넸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둘이 직접 통화한 것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뒤 처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부터 몇 주 후 두 사람은 또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눴다. 두 번째 통화에서 저커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당시 찍힌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가짜 이미지로 잘못 판단돼 자동 삭제된 데 대해 사과를 전했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의 긴장 관계를 돌이켜 보면 두 차례의 통화는 이들의 사이가 이전보다는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저커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대선 국면 때부터 악화했다. 당시 저커버그가 정상적인 선거 진행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거액을 후원한 것을 두고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민주당을 돕는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저커버그의 기부에 '트럼프의 대선 패배' 의도가 깔려 있다고 여겼다.

2021년 1월 트럼프 극렬 지지 세력의 의회 폭동 사태 후 페이스북이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2년간 이용 정지시키자, 저커버그와 메타를 향한 적개심은 더 커졌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미국의 적"이라고 힐난하는 등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유감과 후회를 드러냈다. 자신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는 취지다.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을 맞은 후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내 인생에서 본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지난달에는 미국 연방 하원의 짐 조던(공화) 법사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나의 목표는 정치적 중립 유지"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선거 때와 비슷한 기부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저커버그의 이런 행보를 두고 "그는 한때 진보적인 정치적 입장을 지지했지만, 이제는 가능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