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피해자 처벌불원 의사 밝혀도… 경찰, 다른 혐의 적극 적용해 입건"

입력
2024.09.24 16:58
전국 여청수사관 간담회… 300여명 참석 
딥페이크·교제폭력 엄정 대응 노하우 공유

전국의 여성청소년 수사관 300여 명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댔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교제폭력과 딥페이크(이미지 합성기술) 성착취물 등에 대한 효과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4일 전국 여성·청소년범죄 수사간담회를 개최하고 교제폭력 주요상황별 경찰 조치방안을 공유하고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 시 유의사항 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전국 18개 시·도청 및 259개 경찰서의 여청 수사 책임자 305명이 참석했다.

우선 경찰은 교제폭력에 대한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그동안 교제폭력은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반의사불벌죄'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혐의를 적극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연인의 휴대폰을 몰래 열람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돈이나 금품을 빼앗거나 파손하려 한 경우 '재물은닉·재물손괴 미수', 도구로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경우 '특수폭행·특수협박'으로 형사 입건하는 방식이다. 사실혼 관계를 폭넓게 적용해 가정폭력처벌법상 가능한 임시조치도 적극 이행할 계획이다.

또 폭행 신고 등이 반복적으로 접수될 경우에는 상습범으로 법률을 적용해 적극 개입하고 보호조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피해자가 접근금지를 원하면 일회성 행위에도 긴급응급조치 결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한다. 특히 현재 교제 중일지라도 과거 이별을 통보한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스토킹 성립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교제폭력 외에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 노하우도 공유됐다.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삭제·차단 방법, 불법 촬영물 추적 시스템 활용법 등이 논의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수사관은 "여청 범죄 수사 책임자들 간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정책을 찾고 서로의 의지를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엄정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