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 논의 다시 시작했지만…또 골든타임 놓치나

입력
2024.09.25 07:00
국회 과방위 'AI 기본법' 공청회 열어 
업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시민단체 "효과적 제재 수단이 먼저"


22대 국회가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24일 다시 시작했다. 21대 국회가 정쟁만 하느라 관련 법 제정을 손 놓은 사이 한국의 AI 기술 경쟁력이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나선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AI 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전문가로 참석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AI 기술이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어서 AI 기본법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고 보완·개정이 필요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AI 기본법은 AI에 대한 개념 규정과 산업 전반의 육성·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향성을 담고 있는 법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에 대해 1년가량 논의를 거쳤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AI 산업과 관련한 공통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산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마다 AI 관련 정책을 펴는데 기업 입장에선 하나의 기준과 방향성에 따라 기술 개발을 해야 손해 보지 않고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AI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본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진흥과 규제 사이 고민


이런 상황 탓에 여야도 AI 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는 입장 차가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산업 진흥이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안전한 규제가 먼저'라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AI 기본법 10건을 보면 여당은 AI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지원, 야당은 신뢰성 및 윤리원칙 확립과 관리체계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AI에 대한 독립적 규제 위원회 등을 행정 기관으로 두기보다 AI 기본법 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AI 산업 진흥에만 힘을 쏟다가 안전 문제를 소홀하게 다룰 것을 우려한다. 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허위 영상) 등의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질 수 있다는 것.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은 "법안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적합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AI 기본법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AI 기본법 논의가 더뎌지면 글로벌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AI 규제 환경이 경쟁 국가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기 때문이다. 조만간 대통령 직속 국가 AI위원회가 출범해도 획기적 산업 지원책을 만들기 어렵다는 걱정도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공청회에선 AI 기본법에는 최소한의 내용만 담자는 의견이 많았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는 "각 영역의 특성에 따라 법적 쟁점이나 규제 필요성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면서 "모든 영역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만 AI 기본법에 규정하고 영역별 규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회도 이번에는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민주당)은 "오늘 공청회로 (법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면서 "(여야가) 각각의 AI 관련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