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 간 박빙 승부를 좌우할 격전지 판세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는 트럼프,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 및 북동부 제조업 지대)는 해리스에게로 각각 기우는 양상이다. 박빙 승부 결과는 남은 선거 기간 상대 강세 지역을 두 후보가 각각 얼마나 빼앗아 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다수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미 시에나대의 선벨트 경합주(州) 대상 공동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2%포인트), 조지아(4%포인트), 애리조나(5%포인트) 등 3개 주에서 오차범위 내 격차로 모두 해리스를 앞섰다. 지난달 같은 기관 조사 때보다 트럼프는 오르막을, 해리스는 내리막을 탔다.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내놓으며 극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두 달간 해리스가 누렸던 ‘허니문 효과’(기대감에 따른 지지율 상승)가 남부 경합주부터 수명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근 다른 조사들과 섞어도 트럼프의 회복세는 분명하다. NYT 분석에 따르면 조지아의 경우 9월 들어 어떤 조사에서도 해리스가 이긴 적이 없다. 애리조나 역시 지난달 NYT 조사 이후 실시된 18개 조사 중 2개만 해리스가 우세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들쭉날쭉하지만 다른 격전지들과 달리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 대통령을 누른 곳이다.
그러나 북쪽은 사정이 다르다. 해리스의 상승 동력이 살아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조사들의 평균치를 토대로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3개 러스트벨트 주와 선벨트 주 가운데 하나인 네바다에서 트럼프를 리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은 각 주 선거인단 수의 합계인 538명의 과반, 즉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남북으로 나뉜 현재 경합주 전세대로라면 해리스가 선거인단 270명을 차지해 268명을 가져간 트럼프를 간신히 이기게 된다. WP가 제시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그럴싸한 트럼프의 승리 공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합주 7개 중 선거인단이 많은 펜실베이니아(19명)·조지아(16명)·노스캐롤라이나(16명) 등 3개 주에서 다 이겨 딱 270명을 채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선벨트를 다 지키며 해리스의 러스트벨트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것이다. WP가 지목한 주는 위스콘신이다. 4년 전 여기서 고작 약 2만 표 차이로 패했던 트럼프에게는 득표율이 52%에 불과했던 이곳 백인의 ‘표심’을 얻는 게 재집권의 관건일 수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다만 이 지역의 노동조합 전통이 변수다.
유세 행보는 해리스가 더 공격적이다. 27일 선벨트 애리조나를 방문하는 김에 남부 국경을 찾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불법 이민 급증을 방치했다는 트럼프 측 공세에 정면 대응하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7월 암살 위기를 넘긴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 다음 달 5일 다시 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