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은 거짓말"… 미 캘리포니아, 석유재벌 엑손모빌 상대 소송전

입력
2024.09.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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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플라스틱 제조사 엑손모빌
"재활용으로 환경문제 해결" 마케팅
주 법무부, "지구·건강 대가로 거짓말"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거대 석유 재벌 엑손모빌을 상대로 플라스틱 폐기물·오염 문제 소송전에 나섰다. 반세기에 걸쳐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선전했던 엑손모빌의 광고는 실체가 없는 허구이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소비를 부추겨 환경 파괴에 일조했다는 취지다.

2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법무부는 엑손모빌이 수질 오염 방지법은 물론 허위 광고, 불공정경쟁 등 주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며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엑손모빌은 석유 회사이면서도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재 제조사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소장에서 "엑손모빌은 수십 년간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폐기물과 오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중을 속여 왔다"며 "기록적 수익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의 지구와 건강을 대가로 거짓말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광고 등에서 자사의 혁신적 기술 덕에 플라스틱 폐기물의 90%가량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 재활용이 이뤄지는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 후에 매립·소각된다.

회사 측은 이미 1970년대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 마케팅을 이어왔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겼다. 본타 장관은 "(엑손모빌이) 전 세계적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일으키고 악화시킨 수십 년간의 사기 캠페인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거대 에너지기업에 대해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묻겠다며 지난 2년간 엑손모빌을 겨냥한 조사를 벌여 왔다. 현재 엑손모빌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들에 대해 캘리포니아주가 청구할 벌금 등 법적 비용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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