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잘려 몸부림치는 랍스터에 왕관 씌운 식당..."갑각류도 고통 느껴" 비판 쇄도

입력
2024.09.23 19:00
'움직이는 바닷가재 메뉴' 영상 확산
편지·꽃 끼워진 집게발 휘저어
"바닷가재·문어도 통각 존재"
선진국은 '산 채로 요리' 금지

몸통이 절단된 채 집게발을 움직이는 바닷가재(랍스터)에 왕관을 씌워 손님상에 올린 서울 종로구 한 식당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와 누리꾼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해외에선 갑각류 등의 바다 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연구 결과로 입증돼, 일부 국가는 갑각류를 산 채로 요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스타에서 기괴하다고 난리 난 랍스터 식당'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영상과 함께 올라왔다. 이 영상은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A씨가 이 방송에서 인연을 맺은 B씨와 문제의 식당에 갔다가 랍스터를 주문 및 촬영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재하면서 확산됐다.

영상을 보면 A, B씨가 앉은 식탁엔 몸통 아래가 통째로 잘린 랍스터가 왕관을 쓴 채 큰 접시 위에서 집게발과 다리들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움직였다. 좌우 집게발엔 각각 편지와 꽃 한 송이가 끼워져 있다. A씨는 영상을 올리며 "'만세하는 랍스터 코스'를 먹었는데, 살아있는 랍스터가 만세를 하며 저희를 반겨줬다"면서 "버터구이찜으로 뱃속을 책임져 준 랍스터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이 영상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누리꾼은 '맛있어 보인다'고 반응했으나 대다수는 A씨를 비판했다. 이들은 "아파서 몸부림치는 걸 보고 좋아하는 게 소름 끼친다", "고통스러워서 움직이는데 왕관을 씌우고 재밌다고 보는 건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은 지켜달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국내 동물보호법, 갑각류는 보호 대상 제외

국내와 달리 선진국에선 바닷가재, 게, 문어 등 갑각류와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이들 생물의 조리 방법을 동물보호법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통 없이 죽인 뒤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스위스는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그대로 요리하는 방식을 금지했다. 이에 따르면 식당에서 바닷가재를 요리할 땐 전기로 기절시키거나 기계적으로 뇌를 파괴한 뒤 삶아야 한다. 갑각류가 섬세한 신경체계를 갖고 있어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지면 심한 고통을 느낀다는 일부 과학자들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와 뉴질랜드 등도 살아있는 갑각류의 요리를 금지했다.

영국에서도 2021년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CNN 등에 따르면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연구진은 갑각류 등의 지각 능력을 측정한 연구 300여 건을 검토한 결과 "갑각류와 두족류는 다른 무척추동물과 달리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가졌고, 이는 지각 있는 존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영국에선 바닷가재를 산 채로 배송하는 행위도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의 현행 동물보호법은 갑각류와 두족류 같은 무척추동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보호해야 할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만 한정해 놓은 상태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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