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입주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A-54블록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행복주택(임대아파트)은 요즘 대규모 공실에 애를 먹고 있다. 입주한 지 1년도 안 된 데다 생활 기반시설이 훌륭한 신도시 입지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총 1,350호 중 41% 수준인 554호가 빈집이다. 월평균 임대료를 19만6,000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올해 임대 손해액만 10억4,000만 원에 이른다. 급기야 한시적으로 소득·자산 요건을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근 행복주택 6개 단지(1,480가구)에서도 입주민을 모집 중이라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행복주택은 정부가 LH를 통해 직접 지어 공급하는 공공임대 브랜드로 청년·신혼부부 같은 젊은 층에 전체 물량의 80%가 배정된다. LH 임대주택 중 가장 최신 모델인 데다 뛰어난 입지 등 장점이 많지만 정작 위 사례처럼 젊은 층이 외면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대주택 50만 호 공급 계획을 내놨지만, 현 사업 구조상 사업을 이어갈수록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라 무조건 공급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23일 LH 국정감사 자료(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LH가 관리 중인 행복주택은 13만7,047호로 이 중 11%인 1만5,090호가 빈집이다. 지난해 6.7% 수준이던 공실률이 올해 배 가까이 뛴 것이다. LH가 짓는 국민·영구임대 등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 역시 공실률(평균 5.1%)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행복주택은 그 속도가 유독 가파르다.
수요자 선호도와 관계없이 무작정 원룸 아파트만 늘리는 기계적 공급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방은 청년층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정작 행복주택 공급 대상자가 청년·신혼부부 등으로 고정돼 있다 보니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세입자를 못 구한 지역도 적지 않다.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입주 자격을 완화한 행복주택 단지가 8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단지는 아예 1년 치 월세 면제 혜택도 내걸었다.
올해 행복·영구·국민임대 등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총 임대 손실은 46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230억 원에서 4년 만에 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재고 관리 비용 등을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22년 LH의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역대 최대인 1조9,649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는 2조 원을 가뿐히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재고가 100만 호 수준으로 늘면서 관련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계획대로 임대주택 50만 호를 추가로 공급하면 2028년 재고 임대주택은 200만 호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LH 적자를 줄이기 위해 무한정으로 정부 지원을 늘리기도 어렵다. 결국 정부가 공급량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공실을 줄이기 위한 촘촘한 임대주택 전략을 짜고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임대주택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