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사 블랙리스트'의 작성자 및 유포자 대다수가 현직 의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블랙리스트를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송치한 32명 중 30명이 의사, 2명은 의대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45명을 입건하고 이 중 32명을 최근까지 검찰에 넘겼다.
송치된 이들은 의료계 집단행동이 시작된 2월부터 의료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의 실명 및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텔레그램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등에 관련 정보를 여러 차례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의 게시물엔 800여 명에 달하는 의사들 이름과 소속 병원, 출신 학교, 개인 연락처, 연인 관계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시물을 작성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는 20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게시자들이 대거 경찰 수사를 받은 후에도 커뮤니티 등에는 조롱글이 잇따랐다. 응급실 인력 부족 문제가 커지던 7일에는 메디스태프 내 '응급실 부역'이라는 항목이 추가된 후 '빅5(5대 상급종합병원)'를 포함한 187개 수련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인원 집계치가 게시됐고, 여기엔 '○○○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표현과 함께 일부 병원 근무자의 실명도 적혔다.
경찰은 관련 사건에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0일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선 구속 수사를 추진하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신속·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