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에서 보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州)정부 차원의 SNS 규제 법안이 잇따라 제정되고, 거센 압박에 밀린 기업들도 미성년자 보호 정책을 일부 도입하고 나섰다. 아이들의 '빼앗긴 집중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SNS에 각종 제한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최근에 '미성년자 보호 SNS 규제 방안'을 마련한 곳은 캘리포니아주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기술 기업들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전날 서명했다. 자극적 콘텐츠를 쏟아내는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 탓에 아이들이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SNS 중독에 빠져든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법 시행 시기인 2027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미성년자들은 SNS 콘텐츠를 업로드 시간순으로만 받아 보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는 '알림 시스템'도 규제 대상이다. 캘리포니아주는 SNS 애플리케이션(앱)이 학기 중인 미성년자에게 학교 수업 및 수면 시간에 알림을 보내는 것도 금지했다. "SNS가 사람과의 분리, 스트레스, 불안, 밤늦게까지 시간 낭비 등 해악을 아이들에게 끼치고 있다"는 것이 뉴섬 주지사가 설명한 법안 도입 이유다. NYT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캘리포니아)가 강력한 기술 기업들의 이익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뿐이 아니다. 뉴욕주는 이미 지난 7월 알고리즘 추천 및 특정 시간대 알림 시스템을 금지하는 법을 미국 최초로 제정했다. 캘리포니아주도 뉴욕주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플로리다주를 필두로 미국 8개 주는 공립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사법적 실력 행사'도 있다. 미국 33개 주 및 8개 주가 각각 지난해 10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를 상대로 공동 소송 2건을 낸 게 대표적이다. 당시 주정부들은 소장에서 "(메타가) 청소년의 강박적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심리 조작 기능을 설계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연방 상원도 올해 초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 기술기업 대표들을 청문회에 불러 SNS 내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관련 질타를 쏟아냈다. 그야말로 전방위 압박이다.
물론 기업들의 '자정 노력'도 있긴 하다. 메타는 지난 17일 인스타그램 미성년 사용자를 대상으로 △계정 비공개 설정 △수면 시간대 알림 전송 금지 △유해 콘텐츠 추천 제한 등 조치를 도입하는 자체 규제안을 내놨다. 미성년자 보호를 내건 정치권 압박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강제 규제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기술기업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체임버오브프로그레스'는 캘리포니아주가 전날 도입한 규제 법안에 대해 "위헌"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