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내린 집중호우로 전남 장흥에서 80대 남성이 사망하고, 경남 창원은 이틀 동안의 강수량이 500㎜에 달하는 등 추분을 하루 앞둔 가을 폭우에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20일부터 내린 호우로 7개 시도, 4개 시군구에서 1,014가구 1,501명이 대피했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260가구 37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30가구 196명, 부산 24가구 50명, 전남 31가구 47명 등의 순이었다.
인명 피해는 시간당 100㎜ 안팎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전남 장흥에서 1건 발생했다. 장흥소방서에 따르면 22일 오전 11시 35분쯤 장흥군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숨진 A(89)씨를 발견했다. A씨는 전날(21일) 오후 6시 27분쯤 실종 신고가 접수됐었다. 당시 장흥 지역은 시간당 7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A씨의 주택은 하천에서 불어난 물로 침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 피해도 컸다. 공공시설에서는 도로 침수 107건, 토사유출 21건, 옹벽 붕괴 1건 등 162건의 피해가 있었고, 사유시설에서는 주택 침수 170건 등 231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특히 전날까지 이틀 동안 최대 529㎜의 비가 내린 경남 창원과 부산 지역의 피해가 컸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자정부터 21일 오후 10시까지 경남 지역에 평균 287㎜의 비가 쏟아졌다. 창원시가 529㎜로 가장 많았고 김해시 426.7㎜, 고성군 417㎜, 사천시 403.3㎜ 등이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빈도로 분석했다. 창원(397.7㎜)과 김해(368.7㎜), 거제(348.2㎜), 양산(336.0㎜)은 이날 '일 최대 강수량' 기록도 갈아 치웠다.
500㎜가 넘는 비가 내린 창원에서는 전날 오후 10시 4분쯤 산호동 4층 빌라 3~5동 뒤편 길이 50m, 높이 3m의 옹벽이 무너지며 건물에 닿았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30가구 54명이 긴급 대피했다. 김해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성동고분박물관 고분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폭우로 전날 부산 사상구 지하철 공사장 인근 한 도로에서는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사고로 도로에서 배수 지원을 하던 부산소방본부 소속 배수 차량과 지나가던 5톤 트럭이 싱크홀에 빠졌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공원에 떠 있는 3층 선박 건물이 전날 오후 11시 50분쯤 알 수 없는 이유로 부력을 상실, 기울어져 1층 식당 일부가 침수됐다.
이번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3,608㏊로 잠정 집계됐다. 작물별로는 강풍을 동반한 호우로 인해 벼 도복이 3,314㏊(약 92%)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충남도가 1,896㏊(52%)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김장배추와 무, 고추의 피해가 크지 않아 김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