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사촌동생이 하늘에서 별똥별 다섯 개가 떨어지는 꿈을 꾸고 아내에게 들려줬는데, 나중에 다섯쌍둥이가 생겨 정말 신기했습니다.”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를 품에 안은 ‘오둥이’ 아빠가 된 김준영(31)씨는 22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내가 태몽을 꾸지는 않았다"며 임신·출산 뒷얘기를 들려줬다. 경기 동두천 지역 고등학교 물리교사인 김씨와 경기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30)씨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연임신을 통해 다섯쌍둥이를 출산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으로 지난 20일 오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분만실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공씨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고 치료와 임신 준비를 위해 배란유도제를 맞았는데, 첫 치료 이후 바로 다섯쌍둥이가 생겼다.
아내의 출산 당시를 떠올리던 김씨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벅찬 감동보다는 저체중(736g~969g)으로 태어나 그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했으면 하는 생각만 간절했다”며 “현재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아이들 모두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사공씨는 다른 대학 소속으로 연합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나 7년 교제 끝에 지난해 10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부부가 다섯 명의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게 된 건 임신 5~6주 차인 지난해 4월쯤이다. 그는 “아이 다섯을 가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처음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둘이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저출산 위기에 놓인 국가로서는 경사를 맞았지만, 부부가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자칫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임신 초기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준 건 의료진이었다. 김씨는 "산모 건강을 위해 다섯 명을 다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약을 복용할까도 생각했으나, 아내의 진료를 맡은 교수님께서 '아기들을 생각해서 끝까지 이겨내자'고 말해줬다"며 "그때부터 다섯쌍둥이 모두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기억했다. 아이들의 태명은 멤버가 다섯 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와 ‘팡팡레인저’로 정했다. 뱃속 태아 순서대로 그린, 블루, 옐로, 핑크, 레드를 붙여줬다.
임신 기간 내내 아내 사공씨는 편할 날이 거의 없었다. 사공씨의 체구가 작은 편인데, 배가 불러오는 속도는 너무 빨라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아서다. 다섯 명의 아이가 태동할 땐 배가 찢어질 듯 아프기도 하고, 숨도 차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허리도 아파했다. 20주부터는 사실상 집에만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가 아기들을 품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어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아기들은 27주를 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의 빛을 봤다. 보통 세 명 이상 다태아 평균 임신 기간은 28주여서 임신 기간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아기들은 12월까지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한다.
그는 “다태아를 품어 배가 찢어질 듯한 고통과 함께 숨이 차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이 두렵지만, 잘 이겨내자”고 힘을 냈다.
그래도 육아는 현실. 맞벌이를 하면서 어떻게 5명을 키워야 할지는 답이 안 나온다. 김씨는 "아이들이 퇴원하면, 동두천 집 근처에 사시는 저희 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주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다니는 학교 아이들이 줄어, '다섯둥이'를 다 보내면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상상도 했다"며 “무엇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들로 컸으면 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