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 도로 침수되자 차 위로 피신한 남성…"덕분에 살았다"

입력
2024.09.22 11:46
21일 호우특보 발효된 경남 김해
떠내려가다 차량 앞유리에 올라가
"119대원이 구조…차주분께 감사"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남 김해에서 한 남성이 차오르는 빗물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앞유리에 올라간 모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해 실시간 제네시스 아재'라는 제목으로 검정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침수된 도로 한가운데 차량 위로 대피한 사진이 올라왔다. 아래엔 흙탕물이 높게 차올라 차량 보닛이 거의 다 잠긴 상태였다.

글 작성자는 김해 내덕동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히며 "도로 앞은 지하차도, 옆은 산이라 물이 갑자기 불어나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남의 모든 지역엔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10시까지 경남엔 평균 287㎜의 비가 쏟아졌다. 창원시가 529㎜로 가장 많았고 김해시 426.7㎜, 고성군 417㎜ 등이었다. 김해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성동고분군 일부가 붕괴하기도 했다.

앞서 2022년 폭우로 서울 강남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땐 제네시스 G80 차량 위로 피신한 남성의 사진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이 남성은 휴대전화를 보며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어 '서초동 현자', '강남 제네시스남'이라고 불렸다.

누리꾼들은 김해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에 "강남 제네시스 때가 생각나다"면서도 "위험해 보이는데 무사히 대피하셨나", "옆에 전봇대가 보이는데 감전 피해 없으셨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떠내려가다 주차된 차 위에 올라타"

이후 사진 속 남성의 지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타나 "119대원 분들께서 (친구를) 구조해줬다"는 후기를 남겼다. 작성자는 "친구가 차와 같이 떠내려가다 주차돼있는 차 위로 올라탄 상황에서 사진이 찍혔다"며 "사진 속 차는 떠내려가지 않고 견고하게 주차돼있는 아반떼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차주님께는 이 자리를 빌려 사과와 감사의 말을 같이 드린다. 덕분에 친구가 살았다"며 "친구의 차는 물에 떠내려가버려 분실했다. 현재도 비가 오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도로 침수시 차량 위로 올라가는 건 실제 적절한 대처 방법으로 평가된다. 행정안전부의 '침수대비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침수가 시작된 도로·지하차도에 절대 진입하지 않고 우회하거나 안전한 곳에서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대기할 것 △타이어의 2/3가 잠기기 전 차량을 안전한 곳에 옮길 것 △이미 침수된 경우 좌석 목받침 철제봉을 이용해 유리창을 깨고 대피할 것 △탈출 후 대피처가 마땅치 않으면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가 119에 연락 후 대기할 것 등이 권고된다.




장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