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극우가 '바짝'…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 '텃밭 선거' 겨우 웃었다

입력
2024.09.23 14:03
독일 북동부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서
현직 총리의 사민당, 득표율 30.9%로 1당
'극우' AfD는 29.2%... 의석수 차이 2석뿐

독일 연방정부를 주도하는 중도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이 22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를 통해 제1당 자리를 꿰찼다. 여론조사에선 1위가 예측됐던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가까스로 밀어낸 것이다.

예상 뒤집고 승리한 SPD "극단주의 저지"

23일 독일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SPD는 전날 주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30.9%를 기록, AfD(29.2%)를 겨우 제쳤다. 전체 의석 88석 중 SPD는 32석을, AfD는 30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원내 3당에는 '급진 좌파' 또는 '보수 좌파'로 불리는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13.5%)이, 제4당에는 보수·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12.1%)이 각각 올랐다. 연정 일원인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은 득표율이 낮아 의회 입성에 실패했다. 유권자 약 210만 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이번 주의회 선거는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72.9%)을 기록했다.

신승을 거둔 SPD는 선거 결과에 만족감을 표했다. SPD 소속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엔 정상회의차 미국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가 이겨서 기쁘다"고 밝혔다. 선거를 이끈 디트마어 보이드케 브란덴부르크 주총리는 "극단주의자의 권력 장악을 저지한 것은 늘 SPD였다"고 강조했다.


텃밭서 승리한 SPD... 숄츠 총리도 '다행'

이번 선거는 SPD에 특히 중요했다. 독일 분단 당시 동독에 속했던 브란덴부르크는 1990년 통일 이후 2019년까지 7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늘 SPD에 승리를 안긴 '텃밭'인 만큼, 패배할 경우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일 튀링겐·작센 주의회 선거에서 SPD가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치며 구긴 체면을 만회할 필요성도 컸다. 내년 9월 총선 전초전 성격도 적지 않았다.

숄츠 총리 또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브란덴부르크 주도인 포츠담을 지역구로 둔 이곳에서 패배하면 지금도 10% 후반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그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안길 공산이 크다. 다만 보이드케 주총리의 선거 전략이 숄츠 총리를 선거 유세에 부르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승리가 숄츠 총리 입지를 좁힐 가능성도 작지는 않다.


정부 구성서 AfD 배제될 듯... 영향력은 무시 못해

그럼에도 AfD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SPD가 마냥 기뻐하기는 힘들다. 직전 선거인 2019년과 대비해 AfD 득표율은 5.7%포인트나 올랐다. AfD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려는 전략 투표가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는 점도 찜찜함을 더한다. 독일 언론들에 따르면 'AfD의 득세를 막으려면 어느 후보 및 정당에 투표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SPD는 AfD와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AfD가 의석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사실에 비춰, 헌법 판사 선출 등 '3분의 2 다수결'이 필요한 사안 등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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