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닌텐도는 왜 '다윗' 총켓몬 제작사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냈나

입력
2024.09.21 17:00
닌텐도·포켓몬컴퍼니, '팰월드' 제작사 포켓페어에 소송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일본 닌텐도'포켓몬 닮은꼴 게임'으로 주목받으며 흥행한 '팰월드'의 일본 개발사 포켓페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포켓페어는 침해한 특허의 내용을 확인한 후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0일 게임업계와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닌텐도는 18일 포켓몬 프랜차이즈를 관리하는 '포켓몬컴퍼니'와 공동으로 포켓페어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닌텐도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소송은 포켓페어가 개발한 팰월드가 복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어 침해 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당사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팰월드는 1월 일본의 소규모 게임 개발사인 포켓페어가 개인용컴퓨터(PC) 게임 유통망 '스팀'과 게임전용기기(콘솔) 엑스박스를 통해 공개한 후 크게 흥행한 게임이다. 귀여운 외형의 몬스터 '팰'을 포켓몬의 '몬스터 볼'과 유사한 형태의 기기로 붙잡아 길들이는 내용이 포켓몬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세계를 탐험하고 물건을 제작하는 오픈월드 생존 게임의 요소를 조합한 점은 기존 포켓몬 게임 시리즈와는 다르다. 이 게임의 포켓몬 격인 '팰'이 총기를 들고 전투하는 장면 때문에 '총켓몬'이라는 별명으로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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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페어는 소송에 관해 "소송 통지를 받았지만 우리가 침해한 것으로 고소된 특정 특허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확인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데 방해받거나 낙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을 '거대 게임사의 횡포'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한다고 암시한 셈이다.


포켓페어, 소니와 손잡고 사업 확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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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닌텐도는 포켓페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특허를 침해했는지, 원하는 배상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소송 배경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서구 게임 전문 웹진들은 주로 닌텐도와 포켓몬컴퍼니가 '몬스터 볼을 던져 몬스터를 붙잡는 구도' 자체에 대한 특허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선 기존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주로 논란이 돼 왔던 포켓몬과 '팰' 간 외형적 유사성 등을 문제 삼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 다만 포켓페어가 팰월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닌텐도의 주요 경쟁사인 소니와 협업해 애니메이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준비를 하자 게임의 기본 원리에 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해 '특허 괴물'로 불리는 닌텐도가 이를 막기 위해 소송을 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도요증권의 야스다 히데키 연구원은 "닌텐도가 저작권이 아닌 특허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팰월드 캐릭터가 포켓몬과 유사하다는 주장은 포기했다는 뜻"이라면서 "닌텐도가 게임의 기본적 원리 분야에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소송은 닌텐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임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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