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니 이지스함 입찰비리 의혹' 왕정홍 전 방사청장 구속영장 신청

입력
2024.09.20 15:30
직권남용 등 혐의... 검찰 영장청구 검토
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입찰 지침 바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기본설계 입찰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최근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왕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신청을 받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사업청의 소재지는 경기 과천으로, 과천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관할이다.

왕 전 청장은 지난 2020년 KDDX 사업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바꿔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 의혹을 받는다. KDDX 사업은 7조8,000억 원을 들여 기존 이지스 구축함보다 작은 6,000톤급 한국형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해군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기본설계 사업 예산은 200억 원 수준이지만, 사업권을 따내야 이후 상세설계와 1호 구축함 건조사업까지 수주하는 데 유리해 경쟁이 치열했다.

의혹의 핵심은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측에 특혜로 볼 여지가 있는 지침 변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보안감사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입찰 때 문제가 된 업체의 점수를 깎아야 하는 기준 등을 완화했고, 결국 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 방사청에 제출한 설계도를 빼돌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당사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사 임직원 중 조사를 받은 사람도, 입건된 이도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왕 전 청장이 규정 변경 과정에 위법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1년 넘게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해 방사청 사무실과 왕 전 청장 자택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7월 왕 전 청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혐의 입증에 나섰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추가 조사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KDDX 수사 관련) 이른 시일 내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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