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미국 승인 폐암신약 후속 개발 종료… 기술료 줄었지만, 주가는 올라

입력
2024.09.20 14:48
렉라자 다음 단계 항암제 중단, 얀센과 계약 정정
"3세대 임상효과 충분해 4세대 개발 필요성 줄어"
길리어드에 원료공급 계약도... 시장 기대감 상승

국산 항암제로 처음 미국 허가를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후속 격인 차세대 항암 신약의 개발이 중단됐다. 공동 개발을 진행해온 유한양행과 얀센 바이오테크가 현재로선 다음 단계 신약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렉라자의 임상 결과가 좋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개발 종료로 기술료 수입은 줄게 됐는데도 이날 유한양행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렉라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와 4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 항암 치료제인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공동 연구개발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4세대 항암 물질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3세대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의 후속 신약으로 개발돼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암제를 개발할 때 대개 차세대 치료 물질까지 확보하기 위해 계약을 폭넓게 체결한다. 유한양행과 얀센도 렉라자가 잘 안 듣는 환자들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렉라자의 다음 치료 단계에 쓸 4세대 신약까지 함께 개발하는 계약을 맺고 준비해왔다.

그런데 유한양행에 따르면 렉라자를 존슨앤드존슨의 기존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함께 쓴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약효를 떨어뜨리는 거부반응이나 저항성, 변이 등이 현저히 적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얀센 측이 4세대 항암제를 추가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유한양행의 설명이다. 4세대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3세대 치료)과 비교해 임상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으로 양사 간 폐암 신약 개발 계약에서 4세대 부분은 빠지고 렉라자 관련 내용은 유지된다. 계약이 이렇게 정정되면서 4세대 개발 단계별로 받는 기술료가 기존 12억5,000만 달러에서 9억 달러로,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 원) 줄게 됐다. 그러나 렉라자 개발과 판매에 따라 받는 기술료에는 변동이 없다고 유한양행은 강조했다.

한편, 유한양행은 이날 공시를 통해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 치료제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밝혔다. 계약 규모는 1,076억 원으로, 지난해 유한양행 매출액의 5.79%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내년 9월 30일까지다. 이날 유한양행 주가는 렉라자의 성장성과 추가 공급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전 거래일 보다 18.95% 상승한 14만9,300원(오후 1시 30분 기준)을 기록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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