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가 우승 공 돌린 불펜...KIA 곽도규 "팀에 도움 돼 뿌듯해"

입력
2024.09.20 08:00
다양한 구종으로 필승조 자리매김
위기 상황마다 양현종 조언이 큰 도움돼
"시즌 끝까지 던지는 게 목표"

"하루하루 이기는 것도 행복한데,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큰 승리가 확실히 더 보람찬 것 같아요."

야구를 시작하면서 처음 우승을 경험한 2년 차 왼손 불펜 곽도규(KIA)는 올해 팀의 견고한 허리 역할을 120% 수행했다. '대투수' 양현종이 정규시즌 우승 직후 "우리 중간 투수들이 중요하고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던져 지켜줬다"며 고마워한 불펜 요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42순위로 KIA에 입단한 곽도규는 지난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올해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19일 현재 70경기에 나가 4승 2패 1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2를 찍었다.

1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만난 곽도규는 "야구를 하면서 우승은 처음이다.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보다 함께 했다는 사실이 가장 뜻깊다"며 "내가 도움이 된 것 같다는 뿌듯함도 있다. 야구가 팀 스포츠라는 게 몸소 와닿는 느낌"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현종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곽도규는 "올해 이 팀이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승리랑 양현종이라는 선배가 없었으면 하지 못했을 피칭, 끝내지 못했을 이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구위를 가졌다 해도 경험의 차이가 있다. 해주신 조언으로는 상황에 따른 구종 선택도 있었고, '씩씩하게 던져라'라는 평범한 말도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양)현종 선배님이 해주신 그 말 한마디 덕분에 멘탈이 잡힌 게 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반기에는 우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곽도규는 이제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패기 있게 던진다. 자신감의 원천은 변화구 장착이다. 그는 "비시즌에 다녀온 호주 드라이브라인에서 체인지업을 배웠고, 시즌 초부터 던져왔다"며 "사실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자신 있게 던지다 보니까 그게 통하기 시작했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우타자를 잡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까지 남은 기간 동안은 기본기에 더 신경 쓸 예정이다. 곽도규는 "하던 대로 할 것 같다. 확실히 (한국 시리즈에서) 더 긴박한 상황이 많아질 테니까 세트 포지션이나 PFP(Pitcher Fielding Practice·투수의 베이스 커버 훈련), 고개로 주자를 잡아두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 해놔야 좀 더 여유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며 시즌 끝까지 계속 던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에 지명된 양수호(공주고)를 이야기할 때는 어엿한 선배의 모습이었다. "(김)두현이 형이랑 저랑 '공주고 출신의 타이거즈 선수들은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놨다. 프로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재능을 믿기보단 노력이 더해져야 하지 않나"라며 "수호는 가지고 있는 재능이 큰 친구다. 정말 잘할 수 있는 애라서 그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곽도규는 최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 프리미어 12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곽도규는 "일부러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지금은 KIA라는 팀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국가대표를 한다는 게 모든 야구 선수의 큰 꿈이고, 저한테도 그렇다. 이번 기회에 가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심이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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