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최대 투자국은 한국… 반도체·배터리에 28조 원이나 투자

입력
2024.09.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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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유엔무역개발회의 자료 자체 분석
IRA·반도체법 혜택으로 투자 촉진
미중 간 긴장 고조로 중국 비중 줄어

한국이 사상 최초로 미국의 최대 투자국에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법안 때문에 한국의 대(對)미국 투자가 촉진됐고, 장기화하는 미중 간 긴장 고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자체 분석, 지난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규모가 총 215억 달러(약 28조5,000억 원)에 달해 한국이 최대 대미 투자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투자액은 1년 전보다 11%가량 줄어들었지만, 2022년 미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었던 대만의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이 1위에 올랐다. 한국에 이어 △캐나다 △독일 △영국 △일본 순이었다. 2014년만 해도 대미 투자 1위 국가였던 중국은 지난해 미국 투자 규모가 3분의 1로 감소하면서 8위에 머물렀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2개의 법안 때문이다. 우선 2022년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았다. IRA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고, 전기차 배터리 부품의 60%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된 차량만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43억 달러(약 5조7,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과학법(칩스법)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520억 달러(약 74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미중 갈등 고조가 장기화하는 글로벌 정세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정세 때문에 한국 기업이 중장기적인 판단하에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국 투자를 늘리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의 대외 투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대중 투자 규모는 전체 대외투자의 11%에서 1% 미만으로 줄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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