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이란 해커, 트럼프 캠프 해킹해 자료 입수→바이든 캠프에 발송”

입력
2024.09.19 17:11
"밴스 공화 부통령 후보 조사 등 비공개 문서 빼내"
트럼프 "바이든, 이란과 협력... 진정한 선거 개입"

이란 해커들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비공개 자료를 해킹해 과거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캠프에 보낸 사실이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국가정보실(ODNI)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이란 사이버 행위자들이 지난 6월부터 트럼프 캠프를 해킹해 비공개 자료를 빼낸 뒤, 주요 내용을 발췌해 바이든 캠프 인사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캠프 해킹 시도의 배후는 이란”이라고 했던 발표 내용에서 추가로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는 게 이들 기관의 설명이다.

트럼프 캠프 자료가 넘겨진 시점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전이며, 해당 메일에 응답한 인사는 없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고,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새 후보로 선출돼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해커들의 주요 표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정치 고문 로저 스톤의 이메일 계정이었다. 캠프 자료를 빼내는 통로로 활용한 것이다. 해커들은 입수한 트럼프 캠프 자료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폴리티코 등 최소 3개 언론사에도 보냈다.

앞서 폴리티코는 7월 22일부터 ‘로버트’라는 발신자로부터 이메일을 전달받았다며 “공화당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NYT와 WP는 해당 보고서와 관련, “밴스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되기 5개월 전(올해 2월)에 만들어진 271쪽 문서”라며 “기밀 라벨이 붙었으나 공개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캐럴라인 리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해리스와 바이든을 돕기 위해 선거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며 “이란은 트럼프가 강력한 제재를 복원하고 테러 정권에 맞설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유세에서 “진정한 외국의 선거 개입”이라며 “이란 해커들이 (바이든 캠프에) 모든 자료를 넘겼는데, 이는 바이든이 이란과 협력한 탓”이라고 말했다.

FBI·CISA·ODNI는 “외국 행위자들은 (대선이 실시되는) 11월이 다가옴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 대선 개입 시도 의혹을 부인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FBI 등의 발표는) 신뢰성과 합법성을 결여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이란은 미국의 내부 혼란이나 선거 논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