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무기고를 겨냥해 자국산 무인기(드론)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진격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번 폭격은 러시아군 무기고에 대한 최대 규모 공격 중 하나로, 공습을 받은 지역에서는 지진 수준의 진동까지 감지됐을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에 러시아 트베리주(州) 무기고가 폭발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트베리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약 380㎞ 떨어진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현지 사진·영상에는 밤하늘에 거대한 화염이 치솟고 여러 차례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공습을 받은 무기고에는 미사일과 탄약이 대거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익명의 우크라이나 안보당국 관리를 인용해 북한산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창고에 들어 있었다고도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어젯밤 러시아 영토에서 매우 중요한 결과가 달성됐고, 이런 움직임은 적을 약화한다"며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공습 지역 약 14㎢에서 강렬한 열원을 탐지했고, 소규모 지진까지 감지됐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공격에 대해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의 군사 무기고에 대한 가장 큰 공격 중 하나"라고 짚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조지 윌리엄 허버트 연구원은 SNS 영상에 나타난 주요 폭발의 규모가 200~240톤의 고성능 폭발물이 터진 수준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 측도 피습 사실을 확인했다. 이고르 루데냐 트베리 주지사는 "토로베츠 지역에 드론이 떨어졌다"면서도 "가벼운 부상자만 발생했고 중상자·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공습 배경에는 불리한 동부 전선 상황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무기고 드론 공습)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우크라인스크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불리한 동부 전황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무기고를 공격한 셈이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의 아파트에 활공폭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주로 구소련제 무기를 개조해 만든 러시아의 활공폭탄은 지상에 떨어지면 15㎡ 넓이의 구멍을 만들 만큼 강한 위력을 지녔다. 이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사망자가 여성이며, 부상자 중에는 어린이도 다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6일부터 국경을 맞댄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로 진격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방에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한편, 자국산 드론으로 모스크바 등 러시아 깊숙한 본토를 공격하며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 무기고 공격도 서방의 승인 없이 직접 생산한 드론을 활용한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