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일본인 어린이 피습… 3개월 만에 또 발생

입력
2024.09.18 22:36
등교 중 흉기 휘둘러… 병원 치료 중
44세 용의자 현장 체포… 동기 조사
'만주사변 발생일' 증오 범죄 가능성

중국에서 일본인 초등학생이 등교 중 괴한에게 습격당해 다치는 사건이 18일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사건이 발생한 9월 18일이 1931년 일제가 만주 침략 전쟁을 개시했던 만주사변(9·18일 발생) 63주년 당일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일본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모리야 히로시 일본 관방차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광둥성 선전시 일본인 학교 학생 1명이 오늘 오전 남성에게 피습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선전 일본인 학교 소속 10세 학생이 학교 입구에서 약 200m 떨어진 지점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고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44세인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한 뒤 사건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건이 만주사변과 연관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린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현재 추가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증오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하교 시간 일본인 모자 피습도

일본인을 겨냥한 '모방 범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6월 장쑤성 쑤저우에서 일본인 습격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한 중국인 남성은 하교하는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여성과 미취학 아동인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들 모자는 부상을 입었다. 또한 이들을 지키려던 통학버스 중국인 여성 안내원이 중상을 입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 일본인 남성은 일본 교도통신에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현지 일본 교육 기관들도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선전에 있는 일본인 학교는 이번 주 학교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에 있는 한 일본인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야외에서 일본어로 말하는 것을 자제하고, 아이들이 단독으로 외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린 대변인은 "중국은 일본을 포함한 각국 인사가 중국에 오는 것을 늘 환영했다"며 "계속해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재중국 외국인의 안전을 보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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