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헤즈볼라와 전면전 때 '기습 공격 용도'로 삐삐 폭탄 설치했다"

입력
2024.09.18 21:25
액시오스, 미국·이스라엘 관리 인용 보도
"헤즈볼라에 발각 조짐 보이자 긴급 격발"
네타냐후 총리 등이 서둘러 결정 내려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쓰던 무선호출기 수천 대를 17일(현지시간) 터뜨린 것이 '작전 발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당초 무선호출기에 설치했던 폭탄을 향후 헤즈볼라와 전면전 돌입 때 폭발시킬 방침이었으나, 최근 헤즈볼라 조직원에게 작전을 들킬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격발 버튼을 눌러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이날 무선호출기 수천 대 폭발 사고를 일으킨 경위와 관련, "비밀 작전이 헤즈볼라에 발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 세 명과 사안을 잘 아는 전직 이스라엘 관리 1명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당초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기습 공격 수단'으로 무선호출기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한다. 대대적인 전쟁에 돌입하는 순간 헤즈볼라의 주요 통신 장비를 파괴함으로써 적을 공황 상태에 빠뜨릴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이스라엘군이 호출기를 폭발시키며 헤즈볼라는 혼란에 빠졌고 레바논 전역에서 약 2,8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헤즈볼라 조직원 일부가 최근 무선호출기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이스라엘 측 구상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중동권 독립언론 알모니터가 며칠 전 '헤즈볼라 조직원 2명이 무선호출기가 이상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하며 작전 발각 우려가 이스라엘 내각에 퍼졌다는 얘기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내각 장관들, 이스라엘방위군(IDF) 및 정보기관 수장들이 협의 끝에 '작전을 들키느니 지금 폭탄을 터뜨리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미국 관리는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액시오스에 "폭탄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발각돼) 잃어버리느냐 기로에 놓인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