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KIA가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넘어 ‘왕조 재건’을 천명했다.
KIA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0-2로 패했지만, 같은 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2위 삼성이 두산에 4-8로 지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다. 이로써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단일리그 기준 통산 7번째(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 한국시리즈 직행을 달성했다.
수많은 위기를 헤치고 거둔 성과다. 첫 번째 위기는 시즌 전에 찾아왔다. 김종국 전 감독이 한 커피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갑작스레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IA는 스프링캠프 직전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는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았지만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재빠르게 새 감독으로 선임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고, 이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시즌 초부터 무서운 ‘호랑이 기운’을 뿜어냈다.
그의 리더십은 고비마다 빛났다. 윌 크로우, 이의리(이상 팔꿈치 통증), 윤영철(척추 피로골절) 등 선발진의 줄부상이 이어졌지만, 황동하와 김도현으로 전력손실을 최소화했다. 6월 마무리 정해영(어깨 염증)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전상현, 최지민 등 불펜진을 활용해 결국 선두자리를 지켜냈다.
선수단 역시 위기의 순간마다 뛰어난 결집력을 보여줬다. KIA는 지난달 24일 창원 NC전에서 외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상대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턱을 맞고 쓰러지는 대형 악재를 맞았지만, 오히려 선수들은 이후 11승 4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특히 타선은 18일 현재 팀 타율(0.301) OPS(출루율+장타율·0.832) 타점(778점) 부문 1위를 달리며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올 시즌 KIA의 막강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아기 호랑이’ 김도영이다. 그는 4월 KBO리그 역대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후 전반기에 일찌감치 '20-20' 고지를 밟으며 올 시즌 최고의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이어 지난달 15일 역대 9번째이자 최연소·최소경기 '30-30' 클럽에 가입했고, 지난 8일 키움전에서는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과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단일시즌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다.
그의 기록 행진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현재 37홈런-39도루를 기록 중인 김도영은 2015년 테임즈 이후 두 번째이자 토종 선수 최초의 ‘40-40’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만 20세인 그가 대기록 달성에 성공한다면, 1997년 이승엽(당시 삼성·만 21세 1개월 14일)을 제치고 역대 타자 최연소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젊은 피’ 못지않게 베테랑들 역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36세의 나이에 풀타임을 소화하며 ‘10승-160이닝(11승 166.1이닝)’을 채웠고, 41세의 최형우는 ‘20홈런-100타점(22홈런 108타점)’을 넘어섰다. 또 네일(12승 149.1이닝 평균자책점 2.53)과 소크라테스 브리토(타율 0.308 24홈런 94타점) 등 외인들도 제 몫을 다했다.
정규시즌 우승확정으로 KIA엔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약 한 달간의 여유가 생겼다. KIA 구성원들은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넘어 과거 ‘해태 왕조’를 재건하겠다는 각오다.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확정 후 “타이거즈의 왕조를 다시 한번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고, 김도영 역시 “이제 계속 1위에 머물고 싶다. 내가 있는 동안 KIA 왕조를 세워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KIA의 상대는 삼성 LG 두산 KT 중 한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17일 기준 2위 삼성은 7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3위 LG를 5경기 차로 앞서고 있어 플레이오프 직행이 유력하다. 다만 3위 자리를 두고는 LG 두산 KT가 1.5~2경기 차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