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고이즈미 하락세에 3강 구도로… "결선투표 확실"

입력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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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1위 고이즈미, 발언 논란에 3위로
'강성 보수층 지지'로 다카이치는 상승세
판세 변화에 '결선 진출 1·2위' 다툼 치열
다카이치 불법 선거운동 논란 막판 변수

사실상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27일) 판세가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의 하락세 탓에 '3강 구도'로 바뀌었다.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장관이 상승세를 보이며 고이즈미 전 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함께 각축전을 벌이는 국면이 된 것이다. 결국 최종 승자는 결선 투표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찬반에 지지율 변화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는 기존 '2강 1중'에서 '3강 구도'로 재편됐다. 니혼게이자이가 이날 발표한 자민당 지지층 대상 조사 결과, 지난달 말만 해도 지지율 32%를 기록해 1위를 질주했던 고이즈미 전 장관은 21%로 급락했다. 순위도 이시바 전 간사장(25%), 다카이치 장관(22%)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얼마 전까지 3위에 머물렀던 다카이치 장관이 1위로 올라선 결과도 나왔다. 교도통신이 15, 16일 자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는 응답자 27.7%의 지지를 받아 이시바 전 간사장(23.7%)과 고이즈미 전 장관(19.1%)을 모두 제쳤다. 마이니치는 "나가타초(일본 정계)는 선거 초반 고이즈미의 압승을 예측했는데, 최근 조사 결과로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판세 변화는 최근 후보들의 공약 발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전 장관은 일본 사회의 오랜 과제인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부부가 다른 성씨를 쓰도록 허용)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 정당인 자민당에서는 아직도 신중론이 우세해 일부 당원의 반발을 샀다. 또 대기업의 직원 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논란을 낳았다.

극우 성향으로 아베 신조(2022년 사망) 전 일본 총리의 정책 계승을 내건 다카이치 장관은 고이즈미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성 보수층 표심을 얻고 있다.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을 반대한 게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고이즈미는 해고 규제 완화 발언 논란 등으로 불안감을 키운 반면, 다카이치는 '국력 강화'를 강조해 보수층이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동료 의원들 표심 1위는 고이즈미

그러나 3강 구도가 깨질 변수도 남아 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집행부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다카이치 장관의 불법 선거운동 논란에 대한 대응책 검토를 요청했다. 금지된 선거 홍보물을 돌리고 있다는 의혹인데, 당내 반발이 거세 중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의원들의 표심에서는 고이즈미 전 장관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아사히신문이 자민당 국회의원 367명의 지지 동향을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의원이 4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시바 전 간사당과 다카이치 장관은 각각 30명이었다. 아사히는 "약 20%의 의원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아 판세도 여전히 유동적"이라며 "1차 투표에서 과반 표를 얻을 후보가 없어 상위 2명의 결선투표가 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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