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60대 이웃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70대 남성이 피해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경찰의 보호를 받는 중이었다.
세종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5시 23분쯤 A(여·61)씨가 신변보호용으로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에서 ‘비상’ 신호가 112상황실로 발신됐다. 비슷한 시각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칼로 찌르고 도망갔다’는 내용으로 여러 건의 신고도 들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코드 제로를 발동,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옆구리와 허벅지에 자상을 입고 다량의 피를 흘린 채 쓰러진 A씨를 발견했다"며 "함께 도착한 119구급대가 24km 떨어진 대전을지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800m 거리에 세종충남대병원이 있었지만, 응급실이 문을 열기 전이었다. 대전을지대병원에는 자상 수술이 가능한 권역외상센터가 있다. A씨는 현재 의식이 있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쯤 가해자 B(79)씨를 사건 현장에서 400m 떨어진 천에서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추적을 통해 B씨가 범행 후 인근 천으로 이동, 수심이 얕은 천에 뛰어든 뒤 좁은 우수관로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하고 수색했다”며 “그 안에서 B씨를 꺼냈을 때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B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B씨 자택에서 발견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B씨가 범행 현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음료 한 병을 들이킨 뒤 집으로 올라갔다"며 "B씨가 자신의 침대 위에 올려놓은 흉기와 지갑을 경찰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B씨 소유의 1톤 트럭이 주차돼 있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거동이 불편한 단지 내 노인들 집을 찾아 청소를 돕거나 술, 담배 구매 등 잔심부름을 하며 살았고, B씨는 각종 건축, 건설 현장에서 잡부로 일했다.
경찰 확인 결과 B씨는 올해 초 A씨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문자메시지 등을 지속 전송,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였고,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A씨를 112시스템에 등록한 뒤 스마트워치 지급, 지능형 CCTV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며 “A씨에게 다른 주거지로 이사 시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건강을 회복하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