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사채를 매각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김영준 이그룹(옛 이화그룹) 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이진용)는 13일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김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그룹 3사 보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각하기 전인 지난해 3월 횡령·배임 혐의로 김 회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회장은 이때 이화전기 횡령 규모를 축소하고 은폐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자사 홈페이지 등에 올리도록 했다. 횡령액이 일정 기준을 넘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주가 역시 하락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이를 막기 위해 거짓 정보를 게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허위사실을 공개한 후 김 회장은 고가에 이그룹 3사 보유 사채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튬 광산 개발 관련 허위의 호재성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주가를 부양한 뒤 약 1,200억 원의 CB와 BW를 발행해서 팔아 넘기는 등 김 회장 등이 총 2,400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21년 10월 메리츠증권과 거액의 BW 거래를 하면서 허위 공시를 한 혐의도 포착됐다. 당시 김 회장은 이그룹 3사 회장으로 지배권을 강화하고 콜옵션 행사를 통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에 1,700억 원 상당의 BW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그룹 3사는 사모사채 질권을 설정해주는 방식으로 메리츠증권에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마치 무담보로 BW를 발행한 것처럼 공시했다. 이 밖에 회사가 보유하던 주식을 시가보다 22억 원 저렴하게 이해관계인들에게 매각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이 김 회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화전기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언급된 경영진은 지난해 퇴사한 임원으로서 현 경영진과는 무관한 전 이그룹 소속 경영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 회장이 여전히 이그룹의 실질적 회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고급주택, 명품 의류를 구입하는 등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고, 다수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데도 유사 범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W를 발행받은 메리츠증권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하루 전날 BW를 통해 확보한 이화전기 5,838만2,142주를 매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김성규 이그룹 총괄사장 등 3명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